[뜨거운 논란, 급발진] 정말 급발진일까?…오조작에 대한 시선도 존재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사고를 일으킨 역주행 제네시스 차량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급발진 관련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차량 결함 의심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운전자가 사고책임을 면하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게 아닌가’는 물음표도 분명히 존재한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도 감속(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것으로 착각하는 ‘확증편향’ 사례가 상당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 오인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 유럽연합유엔경제위원회(UNECE) 주관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ACPE·Acceleration Control for Pedal Error) 실무회의체 분과 회의에서 나왔던 페달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11월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A씨(65)는 전기 택시를 운전하다가 담벼락을 들이받은 후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페달 블랙박스 영상 결과는 정반대였다. A씨는 담벼락에 충돌하기 전까지 7.9초 동안 119m를 달리면서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만 밟았다.

 

◆시청역 사고 ‘운전자 부주의’ 가능성도 

 

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결론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차량사고기록(EDR) 장치와 주변 CCTV 분석,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해 급발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를 추가해 최종 판단이 나오는데까지 1∼2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운전자 부주의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차량이 역주행으로 진입을 해 운전자가 당황한 나머지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려다 벌어진 사고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급발진 사고의 특징 중 하나가 계속해서 가속이 붙다가 충격에 의해 멈춘다는 것인데, 이번 사고 현장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스스로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염 교수는 9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지난 2월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에서 발생한 9중 추돌사고와 유사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도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국과수 감정 결과 차량 결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고령 운전자의 운전 오조작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고령 운전자는 인지와 반응 능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돌발 상황에 대처가 늦다. 실제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가해 교통사고 건수는 3만9614건을 기록했다. 이는 집계 이후 최고치로 사고 건수는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인다.

 

◆제조사는 급발진 용어 사용 자체 ‘민감’

 

제조사는 급발진이라는 용어의 사용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체들은 국민적 시선을 의식해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직접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자제해 왔다.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변함없이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급발진 현상은 제조사 입장에선 과학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며 “이 때문에 대외적으로 직원들이 급발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1937년 미국에서 첫 자동변속기 설치 차량이 나온 이후 세계적으로 80여년 넘게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과학적인 규명은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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