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독점’ 살피는 EU…삼성 ‘갤S24’ 불똥 튈까

서울 마포구 삼성스토어 홍대를 찾은 시민이 갤럭시 S24 시리즈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 빅테크의 반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조준하는 모양새다.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로 본격화된 삼성전자와 구글의 생성형 AI 협업이 조사 물망에 올랐다. AI 스마트폰, AI 노트북 등의 개발에 있어 다방면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추세 속에 EU의 조사가 업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삼성전자와 구글의 AI 협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 필요성 검토에 나섰다.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AI 기기에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가 내장되는 것을 두고 선탑재 효과를 살펴본다는 목적이다.

 

구글 제미나이는 ▲제미나이 울트라 ▲제미나이 프로 ▲제미나이 나노로 나뉜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 내장된 삼성 노트와 삼성 음성 녹음, 삼성 키보드 등에는 제미나이 프로가, 구글 메시지 등 앱에는 제미나이 나노가 적용됐다.

 

이번 조사는 구글을 먼저 겨냥한다. 구글은 EU 디지털시장법(DMA)이 규정하고 있는 게이트키퍼(문지기) 기업이다. DMA는 빅테크의 불공정한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구글을 비롯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 내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간 상호 호환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조사 역시 삼성전자 기기에 구글의 AI 모델이 내장되는 것이 타 AI 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거나 경쟁을 저하하는 지 살펴보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구글과 같은 게이트키퍼인 애플은 이미 EU 회원국 내에서 AI 기능 탑재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아이폰16 시리즈부터 탑재될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 등을 EU 국가에 한해 적용 대기한다. 자사 플랫폼을 제3자와 호환시켜야 하는데, AI 서비스까지 개방한다면 보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지난달 DMA를 위반한 첫 번째 기업에 이름을 올린 만큼 AI 서비스 제공 방식에 있어서 회피 전략을 꾀한 셈이다. 애플은 EU로부터 제3자 앱스토어나 앱 설치에 핵심 기술 수수료를 받는 앱마켓 운영방식에 대해 지적받았다.

 

구글과 함께 EU 조사 물망에 오른 삼성전자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다. EU의 주요 타깃은 게이트키퍼인 구글이지만, 오는 10일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를 앞둔 만큼 삼성전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언팩 행사에서 AI가 탑재된 폴더블 폰인 ‘Z 폴드6’와 ‘Z 플립6’를 공개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AI 기기에는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AI’가 탑재된다는 점에서 조사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삼성 가우스를 기반으로 하고, 외부 서버와 연동되는 클라우드 AI는 구글 제미나이와 연동되는 식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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