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초고령화 시대의 장례문화]달라진 장례문화 인식…“매장보다 자연장, 추모는 온라인으로”

 

벌초 또는 성묘 경험 및 계획.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2023년도 장례 문화 대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 제공 

수원에 사는 직장인 맹 모(37)씨는 성묘를 갈 때 아무도 찾지 않은 주변 묘지를 보면 씁쓸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방치된 묘지의 수가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해가 지날수록 더 늘어난 것을 느꼈다. 맹 씨도 바쁜 직장 생활로 매해 묘지를 관리하기 어려워 지난해부터는 벌초 대행 업체를 쓰고 있다. 그는 묘지를 관리하는 어려움을 직접 겪으면서 이러한 부담을 자녀에게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 추후 묘지를 정리하기로 다짐했다. 

 

 명절에 성묘를 가거나 차례를 지내는 모습 대신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이 붐비는 모습은 이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처음 고인을 떠나보내면 그리움과 상실감에 묘지 등 장사시설을 찾던 가족들도 거리의 부담감과 바쁜 삶에 점점 횟수를 줄이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도 자연장, 디지털 추모 서비스 등의 새로운 방식의 장례 문화를 도입해 신뢰 가능하고 간편한 장례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줄어드는 성묘 문화… 해양장, 2025년부터 가능해져

 

 28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2년간 본인 또는 가족이 벌초 또는 성묘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5.8%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향후 벌초 또는 성묘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보다 낮은 63.2%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성묘나 벌초를 했던 응답자 중 2.6%는 더는 성묘나 벌초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묘지 등 장사 시설을 계속 방문하는 경우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전통으로 여겨지던 성묘 문화만 점차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후손의 묘지와 봉안시설 관리 부담, 친환경적 장례문화 선호 등으로 장례 문화 패러다임이 자체가 전환하고 있다. 

자연장 선호 이유.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2023년도 장례 문화 대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 제공 

 실제로 국민들은 장사 방법과 관련해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고, 특히 화장 후 자연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선산 유지 관리의 용이성,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의 이유로 본인의 장사 방법으로 매장(4.5%), 봉안(35.3%)보다 산분(장한 유골을 뿌리는 장사 방법)을 포함한 자연장을 선호하는 비율이 60.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연장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친환경적(친자연적)이 60.7%로 가장 높았으며 ▲유지·관리의 용이(20.6%) ▲국토의 효율적 이용(13.0%) ▲저렴한 비용(5.0%) 순이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자연환경 훼손, 국토 잠식 등을 이유로 정부도 지난 1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자연장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해양 등 일정 구역에 뿌려 장사하는 것을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자연장은 법적으로 골분을 수목, 화초, 잔디 등의 아래나 주변에 묻는 수목장에 한정됐다. 해양장은 관습적으로만 이뤄질 뿐 이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개정 법률은 내년 1월24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산분 방법 및 장소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의 장사 문화에서 탈피한 차별화된 장례 방식 및 세대 특성에 맞는 장례 문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법률 개정으로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자연 훼손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공간 점유가 없는 지속 가능한 장사 방식이 제도화된 것이 뜻깊다”고 밝혔다.

 

◆ 믿고 간편한 장례 서비스 활성화돼야

 

 성묘, 장사 방법 등 장례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이 큰 틀에서 변화함에 따라 편리하고 믿을 수 있는 장례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마을 공동체 중심 상부상조 장례 문화가 사라지고 장례식장과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례 문화 형태가 보편화됐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대한 정보 부족, 높은 가격, 정보 불균형 등의 소비자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례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온라인상에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현재 장례식장 등 장사 시설 현황과 가격 정보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서, 민간상조업체 상품 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내상조 찾아줘’ 홈페이지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디지털 추모 서비스’.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나아가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먼 묘지까지 방문해야 하는 추모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디지털 추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전 국민 누구나 온라인으로 직접 추모관을 만들어 영정 사진을 등록하고 차례 지내기, 헌화 등이 가능하다. 추모관에 사진이나 영상을 등록하거나 글이나 음성 등을 기록하고 SNS, 문자 등을 가족과 함께 공유도 가능하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물론 묘지를 정리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산분 방식이 불효가 아닐지 걱정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에 추모 공간에 대한 상실감 없이 고인을 언제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디지털 추모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 장소에 구애 없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온라인 추모 공간을 통해 산분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감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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