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세심한 터프가이…지프도 이렇게 진화할 수 있다

 

 

역시 시대의 아이콘다웠다. 지프는 전통은 계승하되 타협할 것은 타협한 대장부의 모습 자체다.

 

기자는 최근 더 뉴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으로 서울 및 경기도, 강원도 오대산 일대 등 총 500km의 거리를 시승했다.

 

더 뉴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은 전통과 새로움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상징처럼 여겨지는 7-슬롯 그릴은 아이코닉 한 모습으로 변신했고 안테나를 숨기고 실내도 대폭 개선했다. 큼지막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차고 넘치는 정보 전달 능력까지 갖췄다. 더구나 고릴라 글라스를 적용해 오프로드에서도 듬직하다. 그나저나 얼 클리어코트 색상은 도심에서나 산이나 바다에서도 더욱 존재감을 빛나게 했다. 전통은 지키되 촌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몇 스텝 뛰어넘은 해괴한 디자인도 아니었다. 멀리서 봐도 지프는 지프다.

2000cc 심장에 최고출력 272hp, 최대토크 40.8kg.m 힘을 지니고 있다. 물론 달리기 용도의 차량은 아니지만 교외로 벗어나 고속도로에서도 밀리지 않는 충분한 힘을 지녔다.

 

 

색상도 다채롭다. 특히 얼 클리어코트 색상이 추가됐다. 보는 각도와 밝기에 따라 하늘색, 민트색, 유광과 무광을 오가는 듯한 페인팅으로 이 한 색상에 모두 혼재된 모습이다. 지프가 둥글거나 공기저항을 줄인다고 미래형 차량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새로 얻는 팬보단 잃는 팬이 더 많을 것이다. 지프는 영원히 둥근 눈과 각진 만듦새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통성이다.  

 

 

지프로 출퇴근 및 일상용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시승기간 동안 온로드만 달리면 뭔가 아쉬울 거 같아 강원대 일대를 시승하고 돌아왔다. 혹자는 지프는 레저 마니아 혹은 강원도 사는 사람이나 타는 차 아니냐고 한다. 오히려 요즘 중형차 체급은 대형차를 맞먹는 시대다. 어떤 차는 5m를 훌쩍 넘는 사이즈를 자랑한다.

 

그런데 지프는 전장 4,770~4,910mm 전폭1,895~1,940mm으로 그들보다 주차하기 편한 사이즈다. 어쩌면 지프 랭글러는 도심형 SUV의 표본이다. 레저용으로는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도심용으론 불편할 것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접어야 할 것이다. 나올 때마다 벌크업으로 위 체급을 넘보는 차량에 비하면 줏대를 지키고 있다.

 

기자에게 오대산 길은 승용차 및 SUV로 수차례 경험했던 길이다. 하지만 지프는 역시 탁월했다. 지형을 확실히 파악하고 내디뎌 한 마디로 '지형 장악 능력'이 일품이었다. 전날 비가 내려 축축이 젖어있던 비포장도로에 다 타차량들은 진흙 속에 빠질까 봐 거북이 운행이었다. 하지만 지프엔 이는 식은 죽 먹기였다.

 

편의시설은 장족의 발전이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애플카플레이가 지원된다. 하지만 버튼 조작의 전통은 계승했다. 최근 차량은 공조기능 및 열선 스티어링휠 기능까지 터치화하는 경향이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다. 이런 지프의 최신화 속의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인다. 뒷좌석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230V는 물론이고 C타입까지 제공한다. 이번 지프 가운데 가장 훌륭한 진화가 아닐까. '더 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지프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가격의 폭도 넓다. Sport S 6970만원부터 시작해 Sahara 7890만원, Sahara Power Top 8240만원, Rubicon 8040만원, Rubicon Power Top 8390만원이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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