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먹여살리는 '연회비’…열 올리는 '프리미엄 카드'

게티이미지뱅크

 카드사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연회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돌파구로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고, 수익성 낮은 알짜카드는 단종하는 등 ‘카드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다만 프리미엄 카드 출시가 늘면서 적은 연회비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알짜카드’, ‘혜자카드’는 대거 단종됐다. 이에 소비 위축은 물론 고물가 시대를 맞이한 서민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의 지난해 연회비 수익은 총 1조3312억원이다. 전년 대비 8.6%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카드사별로는 2898억원을 벌어들인 삼성카드가 6.29% 증가폭을 보이며 1위를 기록했다.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가 출시되면서 연회비도 껑충 뛰어올랐다. 국내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59종의 평균 연회비는 8만3453원이다. 전년 동기 출시된 신용카드 76종의 평균 연회비가 3만8171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19% 증가한 수치다.

 

 연회비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프리미엄 카드 출시가 증가한 영향이다. 카드사들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연체율 상승, 0%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 등에 수익성 악화를 직면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돌파구로 프리미엄 카드를 선택했다. 프리미엄 카드는 일반 카드 대비 더 높은 연회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비싼 연회비를 부담하는 우량 고객이 늘어나면 고액 결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지고, 연체에 대한 우려는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매년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2018년에는 8827억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 9893억원, 2020년에 1조685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프리미엄 카드 출시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카드 고릴라 관계자는 “지난해는 각 카드사의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 정비, 신규 프리미엄 카드 출시가 활발했던 해”라며 “수익성 악화, 비용 절감 등의 이슈가 맞물리며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 출시 및 리뉴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카드사들은 우량 고객 유입을 위한 프리미엄 카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카드는 연회비 15만원의 ‘카드의 정석 디어’ 카드를 출시했으며, 앞서 하나카드는 연회비 12만원의 ‘제이드 클래식’ 카드를 내놓았다. 현대카드는 연회비 최대 100만원의 ‘현대 아멕스 카드 에디션2’을 새로 선보였다.

 

 한편, 프리미엄 카드 출시가 늘면서 적은 연회비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알짜카드’는 대거 단종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단종 카드는 458종으로 전년(116종)보다 3배 넘게 급증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2월 제로 에디션 2’ 할인형과 포인트형 2종을 단종했고, 우리카드도 ‘DA@카드의정석’과 ‘D4@카드의정석’을 1월 단종했다. 약 1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알짜 혜택들을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았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에 집중이 쏠리면서 일반 카드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일반 고객들은 연회비가 부담돼 카드 발급을 꺼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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