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번호판의 세계]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에 고가 법인차 등록 감소... 찬반 논쟁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에서 한 직원이 고가 법인차량 사적 사용과 탈세를 막기 위해 도입된 연두색 차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부터 시작된 8000만원 이상 고가 법인차 전용 ‘연두색 번호판’은 각종 커뮤니티 안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연두색 번호판 적용 기준, 차량 가격 산정 방법 등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찬반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번호판 때문에 드라이브도 가기 어렵다고 불만을 드러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위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했다. 법인 승용차의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법인 명의의 ‘슈퍼카’ 등 고가 차량을 법인 소유주 등이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탈세를 막기 위한 취지다.

 

 국토부는 연두색 번호판 적용 대상 차량을 ‘가격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로 정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어 배기량이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8000만원이 자동차관리법상 대형차(2000㏄) 이상의 평균적인 가격대로 모든 차량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의 고가차량 할증 기준에 해당해 범용성, 보편성이 있는 기준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할인 차량(신차 기준)은 제조사가 국토부에 제출하는 출고가액이 기준이 되며 중고차는 취득세 등 산정시 사용되는 과세표준 금액이 기준이다. 1년 이상의 장기 렌터카나 리스 차량, 관용 차량도 8000만원이 넘으면 부착 대상이다. 부착 의무를 위반한 이들에 대한 비용 처리 규정 등은 추후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는 가액 8000만원 미만 차량의 사적 사용에 대한 우려에 관해선 “중저가 차량은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차량 외관에 회사명과 로고 등을 래핑해 개인 과시용 등 사적 사용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연두색 번호판은 올해 1월 이후 신규·변경 등록하는 승용차에 부착된다. 국토부는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권리·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번호판 적용을 통해 사회적 자율규제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된 지 석달 가까이 지난 현재 자동차 시장에선 여러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올해 들어 고가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가 크게 줄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2월 가격이 8000만원 이상인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는 3551대였다. 이는 지난해 2월(4793대)과 비교해 1242대나 급감한 수치다.

 

 1∼2월 수입차 국내 판매도 전년보다 20%가량 감소했다. KAIDA에 따르면 수입차 업체들은 1∼2월 국내 내수 시장에서 2만9320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7844대)보다 22.5% 줄어든 실적이다. 업계에선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긍정론자들은 제도 취지대로 연두색 번호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법인 차량 사적 사용을 막고 조세 형평성을 제고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일각에선 연두색 번호판이 ‘회사에서 받은 고급차’라는 인식을 심어 필요차량에 대한 위화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네티즌은 “이제 국가에서 ‘당신은 부자다’라고 인증하는 제도”, “애초에 가격 기준을 나누는 것 자체가 실수였다”라고 꼬집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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