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번호판의 세계] ‘7777’ ‘1004’ 골드번호가 뭐길래…대행업체까지 기승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자동차 포커번호’를 검색한 모습. 이화연 기자

 “오늘 길을 걷다가 7777 번호판을 봤어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1111, 7777 등 특정 순서가 연속되거나 1004, 7942처럼 기억에 꽂히는 번호들을 일컬어 ‘골드번호’라고 한다. 골드번호는 다른 말로 엔젤번호, 황제번호, 포커번호 등으로도 불린다. 앞자리 3개와 가운데 문자, 뒷자리 4개를 조합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8자리의 미학이다. 숫자로 개성을 표시하고 한정판 굿즈를 소유한 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 인기다. 그런데 골드번호를 달려면 적게는 1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 넘는 목돈이 깨지기도 한다. 경차 1대 값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등록령 제21조에 따르면 차량번호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전국 시·군·구 차량등록사업소에서 배정된다. 무작위로 10개의 번호가 추출되고 차주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번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날 다시 선택하거나 다른 사업소를 찾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구청 교통행정과나 차량등록사업소에 수시로 방문해 원하는 번호가 나올 때까지 시도하는 대행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 대행업체는 물론 자동차 딜러들까지 골드번호 중개에 뛰어들고 있다. 말소 등록한 자동차 등록번호를 재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번호판만 양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고차에 붙은 번호판을 중고차와 함께 인수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번호판을 발급 받으려면 접수료 2000원과 2만~3만원대 번호판 대금(지역별 상이)만 지출하면 된다. 하지만 골드번호는 번호의 희귀성과 수요에 따라 최소 100만원대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호가한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자동차 포커번호’를 검색한 결과 많은 대행업체들이 홍보글을 게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골드번호가 일종의 ‘재력 과시’로 여겨지면서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4자리 숫자가 같거나 ‘0’이 3개 포함된 골드번호를 발급받은 차종은 ‘벤츠 E클래스(857대)’, ‘BMW 5시리즈(499대)’ 등 고급차에 집중됐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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