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세계 각국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을 중앙은행에 쌓고 있다. 최근 각국의 금 매입은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중국이 금 매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나라마다 금을 보유하고 있는 비중은 다르지만, 안전자산인 금은 특정 국가나 기업의 자산과 달리 신용리스크가 없고 위기상황에서 담보, 결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 의존도 집중에 대한 대안으로 중앙은행에서는 금을 보유한다.
최근 세계 중앙은행은 미국의 금리인하 예고와 높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등으로 금 매입을 늘리고 있으며 195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 금 매입… 중국, 적극적인 확대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 구매량은 1135톤이었다. 이는 2020년(254톤)과 2021년(450톤)과 비교하면 3~4배 증가한 수치다.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8133.5톤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독일이 3352.6톤, 이탈리아 2451.8톤, 프랑스 2436.9톤, 러시아 2332.7톤 등이었다.
외환보유액 중 비중으로 보면 미국 67.2%, 독일 66.8%, 이탈리아 63.7%, 프랑스 65.6%, 러시아 23.8%다.
최근 금 매입이 활발하지 않았던 나라로 꼽히는 중국이 지난해 초부터 금 보유를 확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226.4톤으로 전 세계 6위를 차지한다. 다만, 전체 외환보유자산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높지 않다.
한국은행은 중국이 금 매입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 매입 증가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이 금 매입 확대의 계기가 된다.

◆한국, 1% 수준 금 보유…향후 금 매입은 ‘신중’
그렇다면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한국은 외환보유액에서 1.4% 수준으로 금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금은 104.4톤으로 10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금 보유량 순위도 10년간 세계 32위(2013년 말)에서 36위(2022년 말)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보유 금은 전량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와 뉴욕연준, 스위스연방은행(USB) 등에 보관했는데 금의 유동성 제고, 금대여를 통한 추가수익 창출 등을 위해 영란은행으로 보관을 일원화했다.
한은의 외화자산에서 달러화의 비중이 2022년 70%를 상회하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달러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우리나라가 달러화 경제권으로서 수입지급통화, 외채통화 구성, 국내외환시장 여건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1~2013년 중 90톤의 금을 매입한 것도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금값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금리가 오를 때는 금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떨어지면 금값이 오른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수익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유인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단기적으로 금 매입에 대한 계획은 없으며 매입 확대에도 신중한 모습이다. 한은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보유 확대보다는 미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평가된다”면서 “특히 2018년 이후 금 가격이 미 정부채 투자성과와 상당수준 커플링되고 있어 현재 달러화 유동성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매도하고 금을 매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