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기차는] 화재시 열 폭주·추위엔 벌벌…여전한 숙제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원인 미상 화재, 추위 방전, 충전소 부족.’

 

전기차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의 원인으로 업계가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7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과 함께 해마다 화재 사고가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은 상반기에만 42건이 발생하는 등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

 

발생 요인은 ‘원인 미상’이 30% 이상으로 많고, 다음이 전기적인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한 주택가에 주차돼있던 전기차에서 불이 난 사고도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특성상 화재 원인을 찾아내기가 어렵고 신속한 진화 역시 숙제라고 말한다. 전기차는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상승(열 폭주)해 배터리가 전소된다. 이때는 일반 소화기나 물을 뿌려도 꺼지지 않아 일반 차량에 비해 진화 시간이 10배 정도 걸린다. 질식소화포·조립식수조·배터리냉각 전용관창 등 장비와 인력 수십명이 투입되는 이유다.

 

또 배터리로 운행되는 전기차 특성상 추위에 약하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단점이다.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주행거리는 약 20% 정도 줄어든다. 배터리 내 리튬이온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액체 전해질이 덩어리로 뭉치면서 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고속 충전기’가 부족해 전기차 운전자들이 겨울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한국 공공 충전소 중 90%는 저속 충전기다.

 

최근에는 화물용 전기트럭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충전소를 점령하고 있어 일반 운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현대차의 포터2 일렉트릭, 기아차의 봉고3 일렉트릭 차량은 고속 충전기로 완충하는데 약 47분이 소요된다. 주행거리(약 211㎞)도 아쉽다. 

 

운전자들은 정부가 충전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기차 대중화를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충전소 부족이 확대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전략적 투자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당부한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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