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개발원이 생명보험 가입자 통계를 이용해 작성한 ‘10회 경험생명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수명은 86.3세, 여성은 90.7세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여성의 평균수명이 90세를 넘어선 것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평균수명은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현재 특별한 질환을 앓고 있지 않다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위해 65세 이후 예방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질병은 무엇일까?
한 프로그램에서 대한노인병학회 소속 170명 의사에게 설문한 결과 근감소증이(46.5%)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어 치매(43.5%), 노쇠(22.4%) 뇌혈관질환(22.4%), 당뇨병(19.4%) 순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은 치매만큼 관심을 가져야 하며, 뇌혈관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병이라는 것이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며 근육의 양과 근력이 모두 줄어들어 신체 활동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노화로 인한 발병이 주된 원인이지만, 신경계 이상, 호르몬 변화, 영양 불균형, 신체활동 감소, 만성염증 등 2차적인 원인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근감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최근 팔과 다리의 근육이 눈에 띄게 줄거나 ▲이전과 달리 움직임과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앉았다 일어서기가 힘들며 ▲균형을 잃고 자주 넘어지는 현상 등이 있다. 신체 테스트로는 종아리의 가장 볼록한 부위가 남성은 34cm, 여성은 33cm 미만이거나, 한쪽 다리를 들고 균형을 잡았을 때 50대는 30초, 60대는 10초, 70대는 5초 미만이라면 이 역시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김승연 제일정형외과병원 재활의학센터 원장은 “많은 의료진이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는 근감소증은 단순히 근육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신체 기능 저하로 2차적인 질환을 유발하거나 기저 대사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등 복합적으로 신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감소증은 여러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뇨, 신장 질환, 간 질환 등의 발병을 증가시키고, 이미 앓고 있다면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근육 건강 관련 국제 학술지(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에 따르면 근감소증이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의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모든 원인에 사망률과 심혈관계 사망률 증가와 관련 있으며, 특히 대사질환이나 복부비만이 동반된 근감소증 환자는 위험성이 더 크다고 한다.
더불어, 근감소증이 있으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 낙상·외상 등의 빈도를 높인다. 낙상으로 인해 골절 등이 발생하면 병원에서 침상 생활을 하게 되는데, 입원 기간 동안 활동량이 줄어들어 근육의 감소는 더욱 심해지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김 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 관리가 힘들어지고, 각종 만성질환 등으로 운동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과 뼈는 점점 위축되어 근감소증 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무엇보다 근감소증은 아직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서는 흔히 하는 걷기 운동 외에 무산소 운동인 근력 운동을 최소 30분씩, 주 3회 이상 병행해야 하며, 여의치 않은 경우 일상생활에서 계단을 오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일반 성인의 권장 단백질량은 0.8-1.0g/kg(체중)이며, 이미 근감소가 있다며 1.2-1.4g/kg(체중)까지도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