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희 씨(37·가명)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에 전용면적 59㎡, 전세 4억원 중반대 아파트에 입주했다. 지난해 3월 아기를 출산한 김 씨는 “이번에 신생아 특례대출 상품을 신청하려고 기다렸는데 첫날 오전부터 접속이 되지 않아 답답했다. 아예 밤 늦게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밤 늦게 신청하니 되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연 5% 가까운 대출 이자를 내고 있는데 신생아 특례대출로 한달 이자가 40만원가량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만 “저출산 극복 정책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은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면서 “10개월 된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여의치 않아 (본인이)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애를 낳고 편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가고 싶은 회사도 못 가는 마당에 크게 (저출산 대책이) 와 닿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생아를 출생한 가구에 연 1~3%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구입 자금을 지원해주는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상품이 이달 29일 출시됐다.
하지만 출시 첫날에 대출을 신청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오전부터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 사이트에 접속하기까지 1시간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오후 4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600~800명이 줄줄이 대기하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출시 첫날이다 보니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 트래픽 초과 문제가 있었고, 서버에는 문제가 없었다”라며 “오후부터는 순차적으로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대출 신청자 수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통계는 대출 신청 건으로, 신청분이 모두 집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당장 실적 공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계 기관과 실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 상품의 출시를 알린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게시물에는 6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게시물은 조회 수도 약 6만건에 달하며, 다른 게시물에 비해 많게는 50배를 넘기도 했다. 통상 정부 부처 보도자료 게시판에 댓글이 없는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으로, 그만큼 이 상품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댓글 내용을 보면 신생아 특례라면서 면적제한을 두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상당수 차지했다. 세 자녀를 키우는 조 모 씨의 경우, 아이 돌봄을 위해 장모님까지 총 6명의 식구가 살고 있는데 (이번 정책 상품의) 면적제한 때문에 큰 평수의 이사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금리 혜택을 받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지만, ‘업무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유연해야 한다’, ‘정부 복지가 대출인거냐’, ‘결국 집사라는 말 아니냐’ 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받아서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하는 건데 지금 주택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며 “서울의 경우 그 가격에 해당하는 매물이 별로 없다. 이 대출을 받아서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 대출 등을 포함한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를 40조원 내외로 운영하기로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상품으로 27조원 규모로 공급되는데, 정부가 지난해 선보인 특례보금자리론(44조원)보다 공급 규모가 줄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정책 상품의) 예산안은 과거 사례나 상황을 보고 정하는데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추가(예산) 없이 마감되기도 했다"며 "이번에도 어느 정도 수요를 예상하고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