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을 내년 말까지 1년 2개월 유예한다. 이는 생숙 소유자들이 이를 숙박업으로 신고 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유예조치는 이행강제금 처분을 미루는 것일뿐 이라며, 생활형 숙박시설을 준주택으로 인정해달라는 수분양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말까지 생숙의 숙박업 신고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한다고 25일 밝혔다.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한시 적용되던 특례는 올해 10월 14일부로 종료된다.
즉 생숙을 다음 달 14일까지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숙박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은 내년 말부터 부과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차장, 학교 과밀 등 인근 주민의 민원과 생숙을 숙박 시설로 정상 사용 중인 준법 소유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생숙은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는 숙박 시설로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에 취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생숙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이나 장기 출장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집값이 절정에 오른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투자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분양 가능하며, 당첨과 동시에 분양권 전매 가능, 주택 수 미포함에 따른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과세 대대상 제외 등 별다른 부동산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 아파트 대체제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숙이 인기 투자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생숙 사용 승인은 지난 2015년 3483실에서 2017년에는 9730실로 3배 가량, 2021년 사용 승인은 1만8799실로, 6년 만에 5.4배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생숙 시설의 급격한 증가로 투기 수요가 몰리자 2021년 5월에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 용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규정도 포함했다. 이를 어길 시 건축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셌고, 정부는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건축 기준을 일부 완화 및 이행강제금 부과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2년의 유예기간에도,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생숙보다 높은 탓에 실제 용도 변경 사례가 많지 않았다. 오피스텔로 변경한 생숙은 1996호로, 기존 생숙 9만6000호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주차, 소방시설, 바닥 두께 등 오피스텔 기준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생숙을 건축법상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지만, 정부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생숙이 본래의 숙박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계도 기간 동안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시설, 분양 기준, 허가 절차 등 생숙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숙박업 미신고 소유자를 대상으로 사용 실태도 점검하고, 2021년 관련 규정 개정 이후 건축 허가와 분양, 사용 승인을 받은 신규 생숙에 대해서는 의무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