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메리츠證, 2년만에 펀드 분쟁…지금에서야?

롯데손보, 1.6억달러 펀드 손실 금감원 민원 제기
롯데손보 "판매사 메리츠증권 투자위험 고지 안해"
메리츠증권 "해외 실사·수차례 미팅 진행 후 투자"

롯데손해보험 건물 전경. 뉴시스

 롯데손해보험이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요청하면서 회사 간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을 통해 투자한 2080억원 가량 펀드의 위험성을 고지받지 못했다며 해당 펀드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롯데손보와 현지 실사까지 함께 진행한 만큼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롯데손보가 1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며 책임소재를 판매사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 6일 금감원에 메리츠증권의 프론테라 발전소 관련 펀드 판매가 위법으로 자사에 큰 손실을 야기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11월 이 펀드의 판매사인 메리츠증권과 운용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부당 이득금을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함께 지난 2018년 12월 1억6000만달러(2080억원) 규모 ‘하나대체투자미국발전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2호’를 조성했다. 롯데손보는 2019년 2월 해당 펀드의 후순위 메자닌대출에 약 5000만달러(650억원)를 투자했다. 롯데손보 외에도 한국거래소, 교직원공제회, 교원라이프, KDB생명 등이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2020년 12월 해당 펀드 관련 기업들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이어 2021년 8월 펀드 기업회생절차가 종료되며 롯데손보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2년 6개월 만에 전액 손실 처리됐다. 펀드 투자자 중 롯데손보 투자액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 롯데손보 “펀드 판매 시 위험성 고지하지 않아”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이 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핵심 투자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롯데손보의 투자는 수익 증권을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셀다운(sell-down·재판매)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우선 자기자본과 대출 등으로 대체자산을 매입한 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실패하면 해당 투자 자산을 떠안아야 하는데 이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실사 및 투자 검토 당시 메리츠증권 측이 제시한 2019-2025 기간 평균 가동률은 88%, 스파크 스프레드는 35$/MWh였으나 실제로는 스파크 스프레드가 예상치보다 현저하게 낮아 원리금 상환이 불가했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는 해당 펀드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의 요청을 받아 만들어 운용하는 상품으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해당 담보가 ‘깡통담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부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장실사는 단 한 번 나갔고 오전에 발전소 공장을 본 게 끝이다. 수익률에 대한 숫자도 잘못 안내가 돼 있었다”면서 “실제로 발전소 가동률의 높은 변동성과 스파크 스프레드의 현금흐름 민감성으로 EOD 발생 가능성은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OEM방식의 펀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위반되는 행위다. 메리츠증권의 행동이 시장의 흐름에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런 취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사옥. 메리츠증권 제공

 

 ◆ 메리츠증권 “위험성 몰랐다는 것, 어불성설”

 

 메리츠증권은 롯데손보와 현지 실사 및 수차례 미팅까지 같이했는데 위험성을 고지받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해당 구조는 해외 화력발전소 딜에서는 일반적인 구조라는 지적이다. 담보와 관련된 내용은 법률 실사보고서 등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투자자 모두 해당 내용을 알고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 딜은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전력수요 및 가동률이 급감하고 전력 가격 또한 낮아져 선순위 투자자도 약 94% 가량 손실을 냈다. 당사는 총액 인수 후 당일에 전액 셀다운 했다. 펀드 운용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롯데손보는 이미 해외 화력발전소 관련 투자를 수차례 진행한 국내 전문적인 기관투자자이자 딜의 실사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기관이기에, 딜 변동성이나 구조를 모르고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OEM펀드는 운용사가 운용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자나 판매사가 운용을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건은 당사가 셀다운해서 운용에 관여한 바가 없기에 OEM펀드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사전에 구조화 작업에 있어서 수차례 미팅, 설명회, 질의응답 등을 진행해왔기에 이런 점에서도 OEM펀드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해당 펀드에 투자한 5개 기관 중 롯데손보만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투자사였던 KDB생명과 교직원공제회 등은 판매·운용사에 대한 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해당 펀드에 문제 소지가 있었다면 투자에 참여한 기관들이 공동으로 대응했을 것”이라며 “또 해당펀드의 손실이 확정된 시기는 2021년 8월이다. 1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주주총회를 의식한 행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형연·이주희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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