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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국내에 직접 설치한 전기차 급속 충전기 숫자다. 단 한 기도 없다.
뿐만 아니다. 국내 수입차 업계 1위라고 자부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설치한 급속충전기는 5기에 불과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 수입 전기차 단일모델 판매 1위에 올랐던 폴스타는 8기였고, 푸조는 9기에 그쳤다. 소비자는 “지속가능성, 프리미엄, 럭셔리 등 온갖 미사여구를 다갖다 붙이며 자사 전기차를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 전기차 판매에만 관심있고, 소비자 편의는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간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42%가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차 구매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여기에 49%가 충전 소요 시간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전기차가 대중화 시대로 향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탄소중립과 함께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인프라 확대’ 전략을 내놨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1년 전기차 초고속 충전 서비스 E-pit를 론칭해 현재 21개소 120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 상반기 20개소를 구축하는 등 연내 58개소를 추가해 약 300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BMW도 마찬가지다. BMW는 전국에 877기의 충전기(2022년 12월 기준)를 구축하며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3년 이내에 100기 시장의 전기차 급속충전기 직접 설치 기준을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보조금’을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받았다.
반대로 설명하자면, BWM를 제외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폴스타 등 모든 브랜드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환경부가 ‘2023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완속충전기 10기는 급속충전기 1기 설치 실적으로 인정’한다고 했지만, 이를 적용받은 수입차 브랜드는 BMW를 제외하고 없었다. 완속충전기 보급에도 무신경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영향은 판매량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폭스바겐 역시 올해 1월 단 1대의 전기차도 판매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과 10월 ID.4를 출시하며 2개월 동안 1252대의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리콜 사태를 겪으며 11월 13대, 12월 5개를 판매하더니 결국 올해 1월 0대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올해 1월 29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4.8% 감소한 수치다. 반면 BMW는 6089대를 판매했다. 전기차에서도 올해 1월 BMW는 222대를 판매한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148대에 그쳤다. 아우디는 31대였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