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지난달 19일 새단장을 마친 우리은행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은 고령층 금융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점포다. 영업점은 4500세대가 넘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내 자리잡고 있다. 금융수요가 줄며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이 떠난 이 곳에 우리은행만이 홀로 남았다. 이 곳 주민들로선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이 시중은행 금융거래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하루 평균 내방객 수는 100명 정도다.
기자가 지난 5일 방문한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에선 고령층 내방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고객 대기석의 높이를 대폭 낮췄다. 대기석의 높이는 성인 남성 손바닥의 약 두 뼘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내방객을 위한 것이다. 금융상담 및 상품 가입을 위한 카운터 높이 역시 일반 창구에 비해 낮았다. 한국화로 유명한 유산 민경갑 화백, 단사 장용구 화백의 그림을 벽면에 내건 것도 고령층의 취향을 고려한 아이디어다.
영업점 입구엔 ‘시니어 전용 ATM’을 뒀다. ‘시니어 전용 ATM’은 고령층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출금, 입금, 이체 및 통장정리 기능을 첫 화면에, 큰 글씨 메뉴로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객장 내에 따로 설치된 ‘스마트 키오스크’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통장 신규발행, 비밀번호 재설정, 분실신고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 직원이 직접 키오스크 활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 관계자는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 내방객의 평균 연령은 약 70대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해 객장 인테리어 구상 단계에서부터 시니어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게 위해 노력했다”며 “일반 영업점 대비 객장 내 조도를 낮춰 안락함을 더한 점도 이 곳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의 면적은 약 255㎡(77평)다. 일반 출장소보다는 다소 면적이 넓다. 이는 복합공간으로 쓰이는 ‘우리 사랑채’ 때문이다. ‘우리 사랑채’는 영업점 맨 안 쪽에 자리잡은 별도 공간으로, 교육 공간이자 휴게 공간 기능을 한다. 영업점을 오가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수행한다.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은 ‘우리 사랑채’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 예방 교육, 연금 등 고령층에 맞춘 재테크 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곳 내방객들은 주로 어떤 금융상품에 관심이 많을까. 은퇴자들이 많고 평균 연령대가 높은 만큼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다는 게 우리은행의 분석이다. 영업점이 성신여대, 한성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전·현직 대학교수를 비롯해 전직 임원, 의사 등의 비중도 높다.

박소연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 차장은 “다른 영업점 대비 고령층 내방객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은 투자 상품보다는 안전성이 보장된 정기예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해외 유학을 보낸 부모를 대상으로 한 외환업무에서부터 연금 가입 및 연금 대출과 같은 금융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시니어플러스영업점에 ‘효심’ 브랜드를 달고 연내 한 두 곳가량 고령 특화 점포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박세용 우리은행 채널전략부 차장은 “효심 1호점인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의 운영 상황을 점검해가며 향후 추가 출점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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