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확보한 실탄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은 풍부해진 자금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해외법인 설립, 동물 진단시장 진출, 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선 진단키트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은 콜롬비아에 해외 법인을 설립해 중남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씨젠은 지난해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해외법인인 ‘Seegene Colombia S.A.S.’를 설립했다. 콜롬비아는 인구수가 5088만명으로 중남미에서 세번째로 많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4명으로 한국과 유사하다.
중남미 국가 중 상대적으로 의료 영역이 선진화돼 있다. 콜롬비아의 체외진단 시장은 약 5000억원으로 중남미 국가 중 두 번째로 크고, 전국에 분자진단이 가능한 170여개의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자진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전체 체외진단 시장의 약 50%를 분자진단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씨젠은 지금까지 100대 이상의 분자진단 장비를 콜롬비아에 설치해 안정적인 고객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씨젠은 영업 지역을 보고타 중심에서 콜롬비아 전역으로 확대하고, 중남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시장 공략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신설된 법인을 통해 콜롬비아 보건부 및 대형 검사실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해 코로나19 진단 시약과 더불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병, 결핵, 급성 설사질환 등 다양한 진단 시약도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 7월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15억3200만달러)에 인수했다. 미국은 세계 체외진단 의료기기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SD바이오센서는 이번 인수·합병을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해외 판로 개척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D바이오센서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해외 진단기기 유통사와 제조사를 인수해왔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진단키트업체 ‘에코 디아그노스티카’를 약 470억원에 인수했다. SD바이오센서는 에코 디아그노스티카 지분 100%인 5485만주를 4000만 달러(한화 약 474억원)에 취득했다.
에코 디아그노스티카는 지난 2011년 설립된 인체, 동물 진단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기업이다. 브라질 식약위생감시국(ANVISA)과 농축식량공급부(MAPA)로부터 인증과 허가를 받은 150여개의 진단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 진단키트 시장은 남아메리카 전체 체외진단시장에서 약 3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D바이오센서는 올해 독일의 베스트비온을 162억원에, 이탈리아의 리랩을 619억원에 각각 인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동물용 진단기기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데다 진입장벽이 낮아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진시스템은 지난 9월 메디안디노스틱과 산업동물 진단검사 시스템의 사업화와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메디안디노스틱은 산업동물 전염성 질병 진단키트를 전문적으로 개발·생산, 공급해온 회사다. 진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MOU를 통해 진시스템은 인체와 반려동물, 식품검사 뿐만 아니라 산업동물 진단 분야로도 플랫폼을 확대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메디안디노스틱은 회사의 산업동물 진단검사용 분자진단 키트가 진시스템 현장 신속 분자진단 플랫폼에 최적화되도록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다. 메디안디노스틱이 개발한 진단키트 제품의 농림축산검역본부 허가 후에는 이 제품과 진시스템의 플랫폼을 공동으로 국내외에 공급하기로 했다. 진단기기 전문 바이오메트로도 동물 진단 시장 진입을 본격화한다. 바이오메트로는 감염률과 치명률이 높은 질병과 질환 위주로 다중진단 제품 등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된 제품들을 중점적으로 개발해 올해 안에 판매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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