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희 기자] 산업계에서 기술융합은 도약의 필수 조건이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이던 기술융합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5G 등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 가상의 공간·서비스·인물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급부상한 메타버스를 비롯해 자율주행·AI비서·사물과 통신이 연결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산업계가 만들어가고 있는 복합적인 가상 융합 세계를 살펴봤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사물인터넷(IoT)·가상인간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가 대표적인 서비스다. 지난 2018년 처음 선보인 ‘스마트싱스’는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으로, 앱을 통한 가전제품의 맞춤 제어를 지원한다. 서비스 영역을 집안 전체로 확장한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AI 기반의 고객 맞춤형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로봇 청소기는 자율주행으로 운행되고,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되는 에너지가 부족하면 ‘AI 절약모드’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식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스마트싱스’를 통해 올해 연말 1200만대, 내년에는 2000만대의 생활가전 제품 연결이 가능할 전망이며, 홈 IoT 솔루션 적용 아파트도 2년 만에 112개 단지, 10만 세대를 돌파하며 급성장 중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열린 CES에서 AI 기반 미래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인 ‘LG 옴니팟(OMNIPOD)’을 선보이며 기술융합 비전을 제시했다. ‘LG 옴니팟’은 자동차의 형태지만 운전석이 따로 없는 일종의 ‘이동 공간’을 표방한다. 사용자 니즈에 따라 오피스·영화관·캠핑장·운동 공간 등으로 탈바꿈된다. 공간 한켠에는 대형 스크린을 배치, LG가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래아’가 마치 비서처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또한 LG전자는 ‘로봇 클로이’에도 AI 프로세스를 적용, 로봇이 활용되는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최근 LG유플러스가 새로운 AI 브랜드 ‘익시(ixi)’를 공개하며 SK텔레콤 ‘누구(NUGU)’, KT의 ‘지니(Genie)’ 등 AI 서비스 3파전이 한창이다.
이들 서비스는 돌봄·내비게이션·쇼핑·콜센터 상담·스포츠 경기 결과 예측 등 각기 다른 분야와 융합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AI전쟁’의 포문은 SKT가 열었다. SKT는 지난 2016년 AI 비서를 표방한 ‘누구’를 공개했고, 이후 SK계열사 주요 서비스들과 이를 연결돼 시너지를 내고 있다. ‘돌봄 케어콜’, ‘누구 케어콜’ 등 돌봄서비스는 물론, 쇼핑·상담 영역으로까지 AI를 확대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여러 앱을 아우를 수 있는 AI 에이전트 ‘에이닷’ 서비스를 론칭해 일상 속 AI 활용도 높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2017년 AI 서비스 ‘기가지니’를 IPTV 셋톱박스에 얹어 선보였다. 음성으로 TV를 제어하고 콘텐츠 추천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KT는 돌봄 서비스를 비롯해, 로봇·자동차·가전제품 등과 연계되는 기가지니 AI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가상인간 전문기업 딥브레인AI와 협력해 AI휴먼 사업에도 진출했다.
LGU+는 비교적 늦은 지난 10월 자체 AI 브랜드 ‘익시’를 론칭했다. AICC(AI Contact Center)와 IPTV 콘텐츠 추천 등이 중심 서비스다. 경쟁사와의 기술적 차이가 크진 않지만,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플랫폼 ‘스포키’를 통한 스포츠 승부예측 서비스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ICT업계 뿐만 아니라 산업계 각 분야에선 이 같은 AI 기반 기술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AI 기반 메타버스 콘텐츠 아트테크기업 비브스튜디오스는 버추얼 스튜디오 기술을 바탕으로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디지털 실감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유통·금융업계에선 AI·메타버스·로봇·빅데이터를 융합한 디지털혁신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메타버스 내 가상의 매장을 만들고 가상의 상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AI 솔루션 분석을 통해 고객 특성별 맞춤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purp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