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핫플레이스⑫] “원조는 다르다”...수많은 ‘∼리단길’ 속 경리단길이 특별한 이유

경리단길 입구에 전시된 다양한 국가의 인사말. 사진=송정은 기자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리단길’의 원조인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옛 육군중앙경리단, 경리단길의 유래)부터 그랜드하얏트 호텔까지 이르는 약 900m 거리를 일컫는다.

 

이 경리단길은 지난 2007년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계기로 이국적이고 개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 다양하고 독특한 세계 각국의 먹거리가 넘쳐나며 인근 이태원동과 함께 젊은 힙스터들과 서울 거주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경리단길 이름 유래가 적힌 안내문. 사진=송정은 기자

경리단길이 젊은층 사이에서 떠오르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은 경리단길을 본딴 ‘∼리단길’이라고 이름 붙이는 현상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리단길’,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송리단길’,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인근 ‘용리단길’처럼 말이다.

 

◆ 코로나19로 큰 타격…위드코로나와 함께 ‘회복 중’

 

이런 경리단길도 2018년을 기점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경리단길의 정체성을 만든 이국적이고 독특한 가게들은 폭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시대가 경리단길 상권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경리단길의 쇠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관할 행정기관인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팔을 걷어붙였다. 용산구청은 코로나19 시기인 지난해 11월 세계 각국 문화가 공존하고 외국 공관이 많은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예술·디자인 축제인 ‘경리단길 아트앤 디자인 페어’를 열어 지역 상권이 숨통을 틔울 계기를 마련했다. 또 좁고 험한 언덕길에 대한 불편 민원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용산구는 지난 2020년 19억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정비공사를 했다.

 

이러한 행정기관의 노력과 2022년 위드코로나 시작이 겹치면서 경리단길은 조금씩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리단길 언덕에 위치한 웨스턴 레스토랑 '어반빈야드'

경리단길에 위치한 웨스턴 레스토랑 어반빈야드의 강미나 매니저는 “지난 2년간(코로나19 시기)에는 정말 힘들었다”며 살짝 웃었다. 강미나 매니저는 “어반빈야드처럼 경리단길의 높은 언덕에 있는 상권은 계절을 탄다. 특히 여름에는 더운 날씨로 인해 손님들이 덜 찾는 편인데 핼러윈 데이 특수를 타는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손님들이 좀 찾는 편이었다”며 “지금이 그 시기인 만큼 좀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리단길 입구와 해방촌 입구를 잇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시민들. 사진=송정은 기자

또 지난 7월에는 경리단길 입구와 인근 해방촌을 잇는 횡단보도가 생긴 것도 지역 주민들과 이 곳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해방촌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한준희 씨는 “경리단길과 인근 해방촌 모두 좁은 골목 탓에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놀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동안 이 두 곳을 잇는 횡단보도가 없어 방문객들이 멀리 있는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경리단길과 해방촌 입구쪽 상권이 눈에 띄게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경리단길이 위드코로나를 맞아 점차 상권을 회복하고 있다. 사진은 경리단길 입구 근처의 가게들. 사진=송정은 기자

◆ 맥주 마니아들의 순례지 ‘우리슈퍼’…경리단길 특색을 지키다

 

경리단길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높은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도 대형 프랜차이즈·유통업체의 인수 유혹을 이겨내며 자신들만의 상권을 유지한 ‘고집’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가게가 맥주 마니아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우리슈퍼‘다. 우리슈퍼는 과거 낮에는 슈퍼를, 밤에는 맥주를 마시는 술집을 운영하는 이른바 ‘가맥집’의 대표격으로 경리단길을 찾는 이들에게 대표적인 ‘2차‘ 코스로 꼽히는 가게다. 무엇보다 대형마트에서도 구하기 힘든 다양한 수입 맥주 등 약 400여 종의 주류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맥주 마니아들에게는 일종의 순례지로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밤 우리슈퍼를 찾은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우리슈퍼를 운영 중인 김 모 대표는 “위드코로나와 함께 과거 이 곳을 찾던 손님들 수의 60% 정도는 회복을 한 것 같다”며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다양한 맥주들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예전처럼 사람 간의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우리슈퍼를 찾은 영국인 소피 리(Sophie Lee)씨는 “수많은 외국인 커뮤니티와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경리단길은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대단히 특별한 곳”이라며 “특히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우리슈퍼와 같은 곳이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라면 꼭 방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슈퍼는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오비맥주와 협업해 오비맥주의 70주년을 기념하는 '좀비라거'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오비라거 인스타그램

우리슈퍼는 최근 국내 대표 맥주제조 업체인 오비맥주와도 손을 잡고 흥미로운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우리슈퍼에는 오비맥주의 7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좀비라거’의 팝업 스토어가 열려 MZ세대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 14일 우리슈퍼를 찾은 직장인 윤재흥 씨는 “우리슈퍼에서는 보기 힘든 국산 맥주를 마실 수 있었던 특이한 경험“이라며 “좀비라는 명칭이 얼마 남지 않은 핼러윈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오비라거 관계자는 “이번 프로모션을 기획할 때부터 코로나19 등 여러 위기 속에서 동네를 지키는 업장을 알아 보고 있었다”며 ”우리슈퍼가 이런 조건에 맞아서 함께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 고집 꺾은 경리단길…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에 문을 열다

 

경리단길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유혹을 이기고 자신만의 상권을 지킨 고집이 과거 인기를 끈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권이 타격을 입자 이 고집을 꺾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경리단길의 이러한 최근 추세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과 전 세계 카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타벅스 경리단길점의 입점이다. 스타벅스 경리단길점은 지난 6월 16일 경리단길 입구 인근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6월 16일 경리단길 초입에 입점한 스타벅스 경리단길점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인근 거주민인 한준희 씨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중소형 카페들의 천국이었던 경리단길에 스타벅스가 입점한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상당히 상징적인 일“이라며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경리단길에도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경리단길 인근 상권이 회복하면서 사무실이나 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특히 지난 6월 입점한 스타벅스 경리단길 점 인근 상가와 건물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 경리단길점은 지난 6월 16일에 오픈했으며 매장 면적은 297.5㎡(90여평) 정도다“며 “경리단길 초입에 입점해 있는 만큼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주변 상권은 차량이동 등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에 거주지도 다수 형성돼 있다. 엔데믹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및 유동인구가 점차 증가되고 주변 상권 활성화 및 방문 고객층도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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