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우 기자] “우리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
서울 반포대교 인근 세빛섬에는 ‘세상의 모든 자전거’라는 대형 현수막을 붙인 공간이 있다. 비파괴 검사를 통한 인증 중고거래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이름이 알려진 자전거 버티컬 플랫폼 기업 라이트브라더스의 쇼룸이다. 이 회사는 최근 세빛섬을 구성하는 3개의 섬 중 하나인 채빛섬 1층을 통째로 빌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전거 전시, 판매 공간을 만들었다. 한강 자전거 도로의 심장, 강남에서 남산으로 향하는 라이딩 코스의 요충지를 장악한 라이트브라더스의 이름은 이내 자전거 동호인에게 각인됐다.
25일 채빛섬에서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브랜딩 전문가다. 콘셉트 기획과 구현, 가이드 만드는 일을 했다. 이니스프리, 오설록 같은 브랜드가 그의 손을 거쳤다. 이니스프리를 담당하던 시기에도 ‘자연주의’, ‘친환경’ 담론은 있었다. 그때 소비자 입에서 “가짜 자연주의”라는 비난을 들었다. 요즘 말로는 ‘그린워싱’이다.
김 대표는 도덕숙제처럼 누군가에게 강요, 특히 소비자에게 재미없는 것을 시키기는 싫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좋은 일을 하는 브랜드를 소비하면 결국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당시경험이 현재 라이트브라더스의 지속가능성으로 연결됐다. 라이트브라더스는 단순한 중고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컬처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사실 국내 자전거 시장 규모는 7000억 정도에 불과해요."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아기유니콘기업' 60개사를 발표했다. 혁신적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검증받은 유망기업을 예비 유니콘기업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라이트 브라더스도 이번 아기 유니콘 선정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 기업이 되려면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서야 한다. 중고 자전거를 팔아서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김 대표는 “국내 골프 시장이 10조가 넘어도 골프채 시장은 1조원이 안되는데 자전거 시장도 비슷한 규모라서 그 중 점유율 몇 %를 차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국내 시장이 작다면 스타트업은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해야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자전거타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회사”라고 기업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러닝은 나이키, 요가는 룰루레몬처럼 ‘자전거=라이트브라더스’라고 고객이 인식하게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고관여자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라이트브라더스는 원래 반포대교 북단쪽에 있었다. 공간을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공간처럼 호화롭고 비밀스럽게 꾸몄다. 자전거 소비자 생태계의 가장 윗단에 있는 고가의 로드자전거 이용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인증중고 사업은 부대표님 아이디어였는데, 저는 브랜드를 고도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관여자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전문적인 마켓에서 기준점을 잡은 가격 없는것이 문제였다”며 “중고를 잡으면 새로운 서비스 만들기 편하겠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리스상품을 만들었고 장기렌탈 서비스가 나왔다. 지금은 정기구독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회사가 커지고 ‘둥지’를 옮겼다. 한강 이용객의 30% 이상이 자전거 이용자다. 운동, 피크닉, 산책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하고 싶었다. 김 대표는 “한강은 엄청난 글로벌 브랜딩 가능성을 가진 키워드”라며 “세계에서 가장 힙한 자전거 허브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페달만 돌려도 돈을 벌 수 있어요.”
라이트브라더스는 R2E(Ride to Earn)개념의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기존 있는 M2E(Move to Earn를 자전거에 접합하여 탄생시킨 서비스다. M2E는 유저가 실제 삶속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수익을 얻는 개념이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만보기앱과 NFT를 구매하여 가상화폐를 얻는 서비스들이 있다.
라이트 브라더스가 제공하는 스윗스웻(Sweet Sweat) 포인트는 라이트브라더스 계정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자전거 라이딩 기록 앱 스트라바(Strava)만 연동하면 된다. 암호화폐와 NFT 구매에 대한 초기 투자 없이 누구나 개인 자전거는 물론, 공유 자전거로도 탄소 저감에 따른 포인트를 적립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때 탄소배출권 시세는 한국거래소(KRX)에 고시된 ‘KAU21’ 배출권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탄소배출권 시세의 10배가 포인트로 적립되며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적립률도 오르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월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1년 새 36% 올랐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라이트브라더스가 제공하는 스윗스웻 포인트는 현재는 라이트브라더스 플랫폼에서 신품 자전거, 용품, 부품, 의류를 최대 17%까지 사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기관, 기업의 멤버십 서비스 등과 제휴를 통해 사용처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접시 단위로 살고 있어요.”
김 대표의 일상은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처럼 무척 바쁘다.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 대신 ‘접시 단위’로 산다. 그는 “마치 접시돌리기 하듯 위태롭게 돌아가는 각 프로젝트별로 시간을 쪼개야 해요”라며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는데 나머지 시간에는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하루 20시간 일한 결과 라이트브라더스는 100억에 육박하는 투자를 유치했고 다음 스테이지 투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직원은 50명 남짓이다. 작년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일본 진출도 준비 중이다. 그는 “출장 갔을때 만난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이렇게 힙한 회사가 있냐며 놀라더라”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kw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