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진단(下)]양극화 심화… 수요 몰리는 빌라 시장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 강북권 대비 5억1420원 비싸
‘똘똘한 한 채’ 선호 여전… LTV만 완화, 고소득자에 유리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주택 매매 심리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여파로 부동산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매매가 주춤한 가운데 다세대·연립 등 빌라가 새로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도심과 외곽 집값 격차는 5년 전보다 2배 이상, 전국적으론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가격 차이가 10배 이상 벌어졌다.

 

KB부동산 월간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722만원으로 조사됐다. 한강을 기준으로 권역을 나눠보면 강남권(11개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15억2548만원으로 강북권(14개구)의 10억1128만원보다 5억1420만원 높았다.

 

전국 하위 20%의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평균 1억1837만원에서 1억2313만원으로 476만원 올랐다. 하지만 상위 20%의 아파트값은 5억6078만원에서 12억4707만원으로 6억8629만원이나 뛰었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 격차도 약 4억4000만원에서 11억원 수준까지 벌어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대출까지 제한됨에 따라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지역별, 입지별로 매물의 옥석 가리기가 심해져 부동산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새 정부가 검토 중인 대출 규제 완화가 양극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새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를 통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에는 LTV를 80%까지 완화하고, 나머지 가구는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기존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이처럼 DSR 변경 없이 LTV만 완화할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주택 구매력 차이가 커져 고소득자에게만 더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빌라가 아파트 대체재로 떠오른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달 초 공개된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의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 5098건 가운데 빌라(다세대·연립주택)는 3303건(64.8%)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월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강북구(84.5%)와 강서구(83.3%)의 빌라 매매 비중이 80%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빌라 ‘전성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아파트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부동산원 시세 기준으로 올해 3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5015만원에 달했지만 빌라는 3억5267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쳤다.

 

또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의 경우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아파트와 달리 별도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임대차3법의 여파로 빌라의 인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는 7~8월 이후 임대차 3법에 따른 갱신 계약이 끝나는 실수요자들이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해 빌라로 갈아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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