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웰니스의 시대②-1] 이종훈 제로그램 대표 "가벼운 무게는 기본, 환경오염도 제로에 가깝게"

◆제로그램 이종훈 대표
텐트·침낭 등 ‘초경량 지향’
폐섬유 활용 신소재 개발도
환경 보호 다큐 제작·캠페인
지속가능아웃도어 문화 정착
백패킹 넘어 친환경 기업으로

[정희원 기자] 제로그램은 패션업계에서 ‘웰니스(Wellness, 웰빙에 행복과 건강 개념을 접목시킨 용어)’를 지향하는 백패킹 브랜드로 꼽힌다.

 

제로그램은 2011년 가볍고 혁신적인 장비를 개발하려는 백패킹 애호가들이 모여 시작된 브랜드다. 1kg이 채 되지 않는 텐트를 필두로 침낭·조리도구 등 모두 ‘초경량’을 지향한다. 약 5kg의 가방을 짊어지면 어디서든 백패킹이 가능할 정도다.

 

제로그램이 그동안 제품의 가벼운 무게에 집중했다면, 지난해 론칭 10주년을 맞아 아웃도어 활동 중 발생하는 쓰레기를 ‘제로’로 만든다는 아이덴티티를 더하며 MZ세대의 호응까지 얻고 있다.

이종훈 제로그램 대표 사진=제로그램

이종훈 제로그램 대표는 “제로그램만의 기술적 장점은 그대로 살리되, 친환경 가치와 감성을 더한 브랜드로 거듭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3일, 서울 홍대 ‘제로그램 헛’에서 이종훈 대표를 만났다. 코오롱FnC, 디스커버리 등을 거치며 브랜드를 성공시켜온 그는 제로그램에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들을 쏟아낸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2020년 취임 후 브랜드 리론칭과 함께 환경 가치를 녹이는 데 주력했다. 그는 “백패킹 자체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캠핑 문화인 만큼 브랜드 DNA에 ‘친환경 요소’가 분명 강하게 존재하고 있었다”며 “그동안 가려졌던 제로그램의 친환경적 DNA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종훈 대표는 “제조사 입장에서 환경에 직접적인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업사이클”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제로그램은 브랜드 최초로 폐의류를 재생산한 ‘리사이클 나일론 원단’과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든 ‘써모라이트 에코 메이드 원단’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의류뿐 아니라 텐트에도 적용됐다.

 

이종훈 대표는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리사이클링 소재 개발에 대한 고민을 오래 이어왔다. 제로그램처럼 폐섬유와 의류를 활용한 리사이클 원단을 활용하는 것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날 만져본 티셔츠는 기존 제품과 다를 게 없어 보일 정도로 탄탄했다.

이종훈 대표가 브랜드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로그램

최근 패션업계에서 많이 활용되는 폐플라스틱이 아닌 폐섬유를 활용하는 게 눈여겨볼 점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폐섬유가 더 친환경적이라 택했다기보다는, 남겨지는 자원이 너무나 많아 이를 활용하는 게 환경에 더 유리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SPA브랜드의 강세, 패스트 패션이 성행하며 세계 45%의 옷들이 제대로 입지 않고 버려지고 있다.

 

이종훈 대표는 “남아도는 옷과 원단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좀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회사 내부에 ‘지속가능소재연구소’라는 부설 연구소도 만들어서 각 대학 박사들과 연계해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라이크라코리아와 폐원단 티셔츠로 함께 제품을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폐원단에는 다양한 성분이 섞여 있어 화학적 분해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원단을 재추출하는 방식을 쓴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상용화된다면 자원 재활용 면에서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매장마다 갖춰놓은 브랜드의 얼굴인 ‘이미지 월’도 폐그물 등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꾸몄다. 부산 기장군의 폐그물을 끌어올려 재활용하는 국내 스타트업 업체인 넷스파와도 연계 중이다. 올해는 기장 앞바다 폐기물을 리사이클해 ‘캠핑 테이블’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이종훈 대표는 브랜드와 환경 문화를 연계해 지속적인 가치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그는 제도적 변화나 NGO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나가면 분명 환경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로그램 관계자들이 최근 울진 산불 현장을 방문,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로그램

이와 관련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친환경적 요소를 더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아 해수온도 변화, 제주 바다의 현실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로스트 블루’ 등 환경적 메시지를 꾸준히 선보였다.

 

올해는 부산 바다를 주제로 한 ‘로스트 블루 시즌2’를 제작 중이다. 바닷 속 산호들의 생태계와 관련, 이를 알리기 위해 티셔츠나 텐트에 프린트를 하며 인식 재고에도 나섰다. 리사이클 백으로 만든 ‘플로깅백’을 나눠주며 환경 보호 캠페인도 펼쳤다.

 

올해도 새로운 행사들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녹색연합 전문위원과 함께 울진과 삼척 산불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문화 정착을 위한 연구토론에 나섰다. 바다폐기물을 활용한 캠핑테이블뿐 아니라 ‘퇴비물 업사이클링’으로 만든 제품 기획에도 나서고 있다. 또, 하반기에는 음악 레이블과 ‘지속가능 캠핑 페스티벌’도 기획 중이다.

지난해 제로그램이 진행한 매향리 플로깅 현장. 사진=제로그램

이종훈 대표는 “브랜드 가치 중 ‘연대감’이란 요소가 있다”며 “환경적인 고민은 나눌수록 해결책이 커진다. 환경문제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사람이 100명, 500명, 1만명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로그램이 백패킹을 넘어서 환경적 고민을 같이 할 수 있는 문화적 코드를 이어가는 브랜드로 여겨지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메시지를 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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