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POSCO 더샵 라비온드, 2226세대 승강식 피난기 설치…피난약자 고려 안전설계 적용

사진=POSCO ‘더샵 라비온드’
사진=POSCO ‘더샵 라비온드’

전주시 기자촌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조성되는 POSCO ‘더샵 라비온드’가 총 2226세대에 승강식 피난기를 설계에 반영해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공동주택 화재 시 피난약자의 실제 대피 가능성이 중요해지면서 이번 적용 사례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주택 화재에서는 초기 진압과 함께 거주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령자와 어린이, 장애인, 임산부 등은 신속한 자력 대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피난설비가 설치돼 있더라도 실제 비상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인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과거 공동주택 화재와 피난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피난약자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안전환경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안전설계에서도 법정 기준에 따른 설비 설치뿐 아니라 연령과 신체 조건이 다른 거주자들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같은 필요성은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전북지역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이며 전북특별자치도는 25.4%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향후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정비사업과 신규 공동주택 계획 과정에서도 피난약자의 신체 조건과 이동 특성을 반영한 피난 동선 및 안전설비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더샵 라비온드는 2226세대에 승강식 피난기를 적용했다. 승강식 피난기는 이용자가 승강판에 탑승해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수직 사다리를 직접 타고 내려가는 피난기구와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일정 수준의 근력이나 신체 움직임이 필요한 피난기구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고령자와 어린이 등의 이용 가능성을 고려한 방식이다.

 

단지에 적용되는 제품은 전북 완주에 기반을 둔 피난설비 전문기업 디디디㈜의 ‘SALIGO(살리고)’다. 이용자의 체중으로 승강판이 하강하고 아래층에서 이용자가 내리면 다시 복귀하는 무전원·무동력 탑승형 구조를 적용했다. 별도의 전력이나 구동 모터에 의존하지 않도록 설계돼 정전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적용 사례는 초고령사회에서 공동주택의 피난환경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피난설비의 종류나 설치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실제 거주자의 연령과 신체 조건, 비상 상황에서의 접근성과 사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이다.

 

향후 전북지역에서 추진되는 공동주택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도 이 같은 피난약자 중심의 안전설계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피난 동선과 설비의 실제 사용 가능성을 검토한다면 입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피난상의 제약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제품이나 기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관련 법령과 국가 인증, 객관적인 안전·성능 기준을 바탕으로 다양한 피난기술을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관련 기술협의와 인허가 절차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업 주체가 계획 단계부터 피난약자의 안전을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지역에서 개발된 안전기술이 지역 내 대규모 공동주택 현장에 적용됐다는 점도 이번 사례의 특징이다. 향후에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다양한 안전기술이 검토되고 실제 현장에 적합한 설비가 선택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공동주택 피난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난·안전 분야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뿐 아니라 위험 요소를 사전에 줄이는 예방 중심의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공동주택 역시 법정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실제 거주자의 특성을 고려해 비상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업체 관계자는 “더샵 라비온드의 2226세대 승강식 피난기 적용은 이러한 피난약자 중심 안전설계가 대규모 공동주택에 반영된 사례”라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전북도와 전주시를 비롯한 지역의 주택·정비사업에서도 고령자와 어린이 등 다양한 거주자의 실제 대피 가능성을 고려한 피난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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