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2.9% 상승률…한은 “예상에 부합, 둔화 이어질 것”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3%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사과는 80%, 배는 102% 오르는 등 과일값 강세가 이어졌고, 국제유가도 흔들리며 석유류가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1월 2.8%에서 2~3월 연속으로 3.1%에 머물다가 석 달 만에 2%대로 둔화한 흐름이다.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4월 물가상승률 둔화 정도는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10.6% 상승했다. 축산물(0.3%), 수산물(0.4%)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20.3%)이 큰 폭으로 뛴 탓이다. 농산물은 3월에도 20.5% 상승폭을 기록한 바 있다.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과일값 오름세가 컸다. 특히 배 가격은 1975년 1월부터 시작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는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석유류는 지난달 1.3%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보험서비스료(15.1%), 공동주택관리비(4.5%)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대비 4.9%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 3.7% 하락했지만, 지난해 동월 대비 19.1% 올랐다. 사과, 배를 중심으로 신선과실이 38.7% 상승하면서 3월(40.9%)에 이어 40% 안팎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신선채소는 12.9% 올랐다.

 

 통계청 공미숙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과일값 강세에 대해 “정부의 긴급안정자금이 지원되기는 하지만 사과나 배는 저장량과 출하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로 출하될 때까지는 가격이 유지되지 않겠나 싶다”라고 말했다.

 

 4월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석유류 가격이 상승했으나 기상여건 개선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개인서비스 가격도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괴리는 석유류·농산물 등 공급 측 요인으로, 일시적인 특이 요인이 제거되면 안정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도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둔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에 따른 유가 추이, 농산물가격 강세 지속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23일 5월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김 부총재보는 “최근 중동사태의 여파, 내수 흐름, 기업의 가격인상 움직임 확산 정도 등이 향후 물가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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