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RA 시대] 380조 퇴직연금에 은행 경쟁 치열…증권사도 포트폴리오 확대 노려

국내 RA 운용 규모 및 계약자수 추이(왼쪽)와 국내 RA 업종별 운용금액 추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올 하반기부터 퇴직연금에서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일임이 가능해짐에 따라, 금융권에선 RA를 활용한 자산관리 경쟁이 시작됐다. 고성장이 전망되는 RA시장에 금융사들은 RA전문기업과 협력, 상품선정 강화, 전담 부서 확충, 서비스 차별화 등으로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각 금융사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시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또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고객까지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한 금융사 퇴직연금 관련 담당자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후자금에 대한 관리 및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장기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각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을 잡아라’… 은행 경쟁 치열

 

 시대 흐름이 달라졌다. 퇴직연금은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때문에 이전까지는 ‘안정’ 또는 ‘대비’의 목적이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또다른 투자의 개념이 접목되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이에 투자 일임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로 퇴직연금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은행은 기존 고객 이탈 방지와 더불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은행은 ‘안정 및 신뢰성’을 내세우면서 잘 갖춰진 인프라와 상품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핀테크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내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이 RA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RA전문기업 파운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퇴직연금 투자 일임을 위한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지수예측, 자산배분, 상품추천)이 탑재된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 ‘아이웰스’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 역시 쿼터백, 콴텍과 제휴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진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 AI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 AI 솔루션(마이쏠)’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7년부터 파운트와 협력해 파운트 알고리즘이 탑재된 ‘우리로보’를 통해 연령대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추천, 수익률 진단 등을 제공해왔다. 2021년부터는 퇴직연금 운용까지 확대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RA 서비스 ‘케이봇쌤’을 고도화하는 한편 협력할 RA전문기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투자 특화 상품으로 공략한다

 

 투자일임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들은 시장 선점에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 1~2년 사이 주요 증권사들은 콴텍, 디셈버앤컴퍼니(핀트), 쿼터백 등 RA전문기업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RA 부문에서 대형은행을 뛰어넘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업무협약으로 솔루션 고도화에 나서며 이중 일부 증권사는 수백억원 규모를 RA전문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과거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상품을 운용해본 경험이 있어 IRP(개인형퇴직연금)에 강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RA와 미래에셋포트폴리오(MP) 구독서비스 등 타 사업자와는 차별화된 글로벌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2021년 파운트에 4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실행했고, 지난해 8월 콴텍과 협약을 맺어 프라이빗뱅킹(PB) 관리 서비스인 ‘PB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콴텍에 9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 KB증권은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 개발을 위해 업라이즈투자자문과 손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RA 랩 상품을 추천해주는 ‘MY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한편 지난달 콴텍과 MOU를 맺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주식시장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핀테크사들도 제도 변화 등을 기회로 보고 금융사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RA 시장 점유율 선두인 디셈버앤컴퍼니의 핀트는 KB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과 제휴를 맺었고, 콴텍은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신한은행 등과 MOU를 체결했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 증권 등 주요 퇴직연금사업자들이 RA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자문 형태로 퇴직연금 R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가입자들의 활용이 미진한 상황”이라며 “업계에서는 원리금 보장 중심의 상품 운용, 자문형 서비스에 따른 직접 매매의 번거로움 등이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퇴직 연금 RA 일임 서비스 도입으로 침체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선점을 위해 RA 기반 핀테크와 은행, 증권 등 퇴직연금사업자가 모두 관련 서비스 개발 및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샌드박스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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