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IT 스토리] ‘AI 지각생’ 애플, 시총 1위 탈환한 까닭

막대한 설비투자 대신 생태계 활용 극대화 전략
자사주 매입 등 강력한 주주환원책 통해 안정성 부각

 우리는 어제의 혁신이 오늘의 상식이 되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IT를 알아야 시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오현승의 IT 스토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의 흐름, 그 중심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만 골라 전합니다

애플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

 

 인공지능(AI) 투자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애플이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다시 올랐다. 엔비디아에 왕좌를 내준 지 약 석 달만이다.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연이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 데다 자금조달 우려까지 커진 상황에서 애플의 투자 매력이 오히려 부각됐다.

 

 2일 IT업계와 뉴욕증시 따르면 지난달 30일 애플의 시총은 5조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거래일 대비 4.2% 급락한 엔비디아(시총 4조9300억 달러)를 밀어내고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종가 기준으로 에플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7월 말 잠시 왕좌를 차지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애플의 시총 1위 탈환은 여타 빅테크 대비 상대적 우위 성격이 짙다. 애플 주가가 연중 신고가 부근에서 움직이는 사이 알파벳, 엔비디아, 아마존 등 초대형 기술주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천문학적 투자 규모에 견줘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보이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지난달 29일 알파벳 주가는 검색 성장 둔화 우려 등이 불거지며 12.6% 하락했고, 같은 날 아마존 주가는 실적 부진에 요동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AI 투자 지속성 및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면서 AI 및 반도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스페이스X 6개사의 올해와 내년 중 영업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대 인프라를 직접 두지 않고 생태계에 집중한 애플의 주가는 오히려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AI 지출 우려 속 시장의 애플의 안정성이 부각된 셈이다. 애플은 공장·장비 등을 직접 소유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와 플랫폼 수수료 기반의 탄탄한 마진 구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다고 애플이 연구개발(R&D)을 소홀히하는 건 아니다. 2025 회계연도 기준 애플의 R&D 지출은 345억 5000만 달러로 1년 새 10% 늘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강력한 주주환원책도 투심을 사로잡은 요인이다. 실제로 애플은 막대한 FCF를 토대로 2024 회계연도와 2025년 회계연도에 각각 1004억 달러, 893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 4월엔 최대 1000억달러의 추가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애플은 지난 9개월 동안 1170억 달러 상당의 FCF를 창출했는데, 이는 국채 수익률이 5.2% 부근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부채를 이용한 AI 데이터 센터 자본 지출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시총 1위 수성 여부는 오는 3일 발표하는 2026 회계연도 4분기(7~9월) 실적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폭등에 따른 수익성 방어 여부가 이날 공개된다. 향후 실적 가이던스 발표에선 아이폰 18 시리즈, 아이폰 듀오 등 신제품의 품질 논란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도 있다. 냉혹한 시장의 평가가 내려진다면 시총 1위 자리는 위태로워진다.

 

한 소비자가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서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살펴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듀오의 내부 화면 균열 논란과 관련해 일부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뉴시스
한 소비자가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서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살펴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듀오의 내부 화면 균열 논란과 관련해 일부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뉴시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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