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NOW] AI 비서는 최상위 트림에…현대차 인도 ‘고급화’ 전략

 

현대자동차가 인도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이온의 최상위 트림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비서를 배치했다. 기존 엔진을 유지하면서 AI와 디지털 장비로 상위 사양의 구매 이유를 늘린 상품 구성이다. AI가 실제 차량 선택과 판매 단가를 바꿀 수 있을지 가늠할 시험대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26일 베이온을 시작가격 99만9900루피에 출시했다. 다만 이 가격으로 AI 비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공식 사양표상 생성형 AI는 7개 트림 가운데 최상위인 HX10에만 들어간다. 모든 트림이 1.5ℓ 가솔린 엔진을 쓰는 가운데 소프트웨어가 상품 차별화의 한 축으로 올라선 셈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엔진은 2020년 이후 인도에서 판매된 60만대 이상의 차량에 탑재됐다. 검증된 동력계에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결합한 방식이다.

 

최상위 트림에는 AI 비서와 함께 12.3인치 내비게이션·계기판, 보스 오디오,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집중됐다. 소비자가 상위 트림을 택해도 AI에 얼마를 더 지불했는지는 분리하기 어렵다. 향후 AI의 사업성을 판단하려면 최상위 트림 판매 비중과 함께 실제 기능 이용률을 봐야 하는 이유다.

 

 

기술 구조는 전문기업 간 분업이다. 사운드하운드가 음성을 인식하고 퍼플렉시티가 자유로운 질문에 답변을 생성한다. 여행 일정과 식당 추천, 날씨·스포츠 정보 등이 대상이다. 두 AI 기업은 이미 2024년 제휴했다. 현대차로서는 외부 AI 기술을 주행 환경에 맞게 통합하는 능력이 상품 경쟁력의 핵심이 된 셈이다.

 

현지화 범위도 구분해야 한다. 화면 인터페이스는 인도 지역 언어 10개와 국제 언어 2개를 지원하지만 생성형 AI 대화는 영어만 가능하다. 힌디어·타밀어 등으로 작동하는 500개 이상의 내장 음성명령과는 별도다. 다국어 화면과 자연스러운 AI 대화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이용층을 넓힐 수 있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스마트폰을 연결해 지도와 음성 서비스를 쓰는 고객에게 차량 내장 AI의 추가 효용을 보여줘야 한다. 목적지 검색부터 정보 확인까지 걸리는 시간과 응답 정확도가 구매 때의 호기심을 일상적인 사용으로 바꾸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차량 판매 이후 수익모델로 연결될지도 관건이다. 현대차는 블루링크 3년 무료 이용과 최대 19개 제어기의 무선 업데이트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조건만으로 AI 비서의 별도 유료화나 구독 매출을 예상할 수는 없다. 블루링크 이용료와 AI 서비스의 과금 조건을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베이온은 인도에서 생산해 50개국 이상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다만 차량 수출이 각국의 AI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언어와 통신 환경에 맞춘 서비스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 현대차의 이번 실험은 AI 탑재 자체를 넘어, 상위 트림 구매자가 반복해서 쓰는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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