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씨 마르자 노도강도 월세 300만원…토허제 실거주 유예 연장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 게시판에 다양한 물건 광고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 게시판에 다양한 물건 광고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줄면서 강남권에서 주로 나타나던 월 300만원 이상 고액 월세가 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매입하는 무주택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를 확대한다. 전세 매물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매와 임대차 계약 간 충돌을 줄이려는 조치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노원·도봉·강북구에서 체결된 아파트 월세 계약 가운데 월 300만원 이상 거래는 1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노원구가 지난해 1건에서 올해 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 건도 없었던 강북구와 도봉구에서도 각각 6건과 1건이 거래됐다.

 

월 2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증가세는 더 뚜렷하다. 노원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 42건에서 올해 68건, 도봉구는 6건에서 19건으로 늘었다. 강북구는 15건에서 6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면적 84㎡는 지난 3월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9월 같은 면적이 동일한 보증금에 월 22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월세 부담이 80만원 늘었다.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전용 114㎡도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에 계약됐다.

 

고액 월세가 서울 외곽까지 확산한 배경에는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월세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로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매매가 제약되면서 임대차 시장과 매매시장이 충돌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토허구역 내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무주택자의 실거주 유예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고 다음달 1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한다.

 

유예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주택을 매입할 당시 남아 있는 임대차계약 기간을 중심으로 실거주를 미룰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존 임대차계약뿐 아니라 한 차례 갱신계약도 최대 2년까지 인정한다. 조건을 충족하면 시행일 이후 최장 3년3개월까지 입주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이 있는 주택 가운데 실거주 요건 때문에 매매가 어려웠던 물건도 거래될 여지가 커졌다. 집주인은 매수자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세입자는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일정 기간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토허제의 실거주 원칙 자체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 매수자는 2026년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유예기간이 끝나 입주하면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한다. 투자 목적의 갭투자를 허용하는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당장은 매수자의 실거주를 이유로 기존 임차인이 나가야 하는 사례를 줄여 전세 물량의 이탈을 일부 막을 수 있다. 반면 유예기간이 끝나면 매수자의 실입주가 예정돼 있어 장기적으로 임대 물량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조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면서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거래 문턱을 현실에 맞게 낮춘 제도 보완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매시장에서는 거래 가능한 매물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지가 늘고, 임대차시장에서는 기존 세입자의 갱신계약을 인정해 전세 물량 감소를 일부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갭투자를 허용한 것은 아니며 장기적으로 유예기간 종료 후 매수자의 실입주가 예정돼 있어 전세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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