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한국 정부, 쿠팡 차별 대우…무역합의 위반”

35쪽 보고서 중 절반 이상 쿠팡에 할애
“해킹 피의자 전자기기 회수 과정에 국정원 개입”
“한국의 美기업 차별 최근 상당히 심해져”

서울 송파구에 있는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연방 의회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이 같은 차별적 대우가 한미 무역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5쪽 분량의 보고서 ‘경쟁 차단: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쿠팡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법사위에서 공식 채택한 것이 아니고 보좌진들이 작성한 중간 보고 성격이지만, 미 의회 차원에서 쿠팡 문제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위원회가 확보한 증언과 문서를 토대로 “한국은 수십년간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왔으나 차별적 대우는 최근 몇 년 새 상당히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미 기업에 대한 공격에 적극적”이라며 “불충분한 근거에 기반해 조사가 개시되고 이른 아침에 압수수색이 시작되는 등 절차적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대우는 미국과 최근 체결한 무역합의에 대한 직접적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지난 2월 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국회증언감정법의 위증 혐의를 받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지난 2월 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국회증언감정법의 위증 혐의를 받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의 주장도 상세하게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저스 대표는 한국이 쿠팡에서 고객을 빼내 자국 경쟁업체에 몰아주려 한다고 증언했다.

 

 로저스 대표의 진술과 법사위가 확보한 문건을 바탕으로 해킹 피의자의 노트북을 중국 상하이에서 회수한 과정을 ‘국가정보원이 지시한 회수 작전’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이 회수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고, 청와대에서도 상황을 계속 보고하고 있음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쿠팡이 국정원에서 받았다는 협조 공문도 영문 번역본으로 첨부됐다.

 

 한국 정부의 과도한 대응과 차별이 쿠팡 주가 하락과 관계사 매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는 “10개가 넘는 서로다른 한국 정부 기관이 수십건의 무관한 조사를 개시했으며 4000건이 넘는 자료 제출 요구와 최소 652건의 쿠팡 직원 면담을 진행했다”며 “국정원은 데이터 사건 관련 기기와 진술서를 회수하기 위해 쿠팡 직원을 중국에 파견하도록 강요했지만, 회수 작전에 대한 관여 사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한국의 쿠팡 공격 작전 이후 쿠팡의 시가총액은 40% 이상 하락했다”며 미국 투자자들과 쿠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들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지난달 11일 총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데 대해서는 “더 심각한 데이터 유출에 대해 한국 기업들에 부과된 벌금을 크게 상회한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차별적 조치들이 미국에 5250억 달러, 한국에 4690억 달러의 손실이 초래될 수 있으며 미국 가구에 향후 10년간 평균 3800달러의 경제적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통계도 인용했다.

 

 보고서는 의회 차원의 조사 결과인 만큼 한미 통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하원 법사위는 지난 2월 로저스 대표를 불러 증언을 듣는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우를 문제 삼아 조사를 벌여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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