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국내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을 초대형 사업이다. 수출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고 국토 균형발전까지 꾀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정부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축으로 설정해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산업계에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과 SK도 4700조원(기존 투자 포함 기준)이 넘는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AI 시장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과 개요를 살펴보고 사업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짚어봤다.
◆ 삼성·SK, 천문학적 투자…정부, 국가 역량 총동원
정부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800조원), 충청권 HBM 패키징 거점(81조원), AI 데이터센터(550조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30조원) 등을 합쳐 총 146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확보하고, AI 시대를 맞아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AI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에 이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라면서 “모든 국가가 AI 혁명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대체불가 반도체 강국 위해서 속도전, 거점전, 선도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투자 여건 조성과 기업의 애로 해소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대체 수자원을 활용한 용수 공급,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속 처리 등을 통해 인프라 구축도 지원한다. 사전컨설팅 등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통해 산단 기획부터 공장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내 직할 담당관을 두고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겠다”며 강력한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 지원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음 달 시행되는 반도체 특별법에도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가 여럿 담겨있다. 해당법의 시행령 내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및 운영 지원’ 항목은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비의 50% 이상 지원을 원칙으로 하며, 중요시설은 최대 100%까지 국가가 부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와 함께 시행령엔 ‘반도체 산업의 국가 안보 관련 긴급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거나 처리 기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으로선 투자 리스크를 낮춰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재계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AI 산업의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삼성은 총 2655조원, SK는 총 2100조원의 중장기 국내 투자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오는 2040년까지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2030조원을, 호남·충청·영남에 6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는 SK텔레콤의 약 1000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SK하이닉스의 1100조원 규모 AI 메모리 생산벨트 구축 계획 등을 담은 중장기 투자 로드맵을 공개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용인(600조원), 청주(100조원), 호남권(400조원)에 투자한다. 기업들의 투자금액이 기존 투자를 일부 포함하는 수치라 정부 발표를 크게 웃도는 건 사실이지만,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향성은 정부 정책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 관건은 실행력…지자체 간 이견 조율도 과제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대규모 반도체 팹 운영을 위해선 전력·용수 확보를 비롯해 속도감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 및 전력구매계약(PPA)을 적극 추진하고, LNG열병합 발전도 추진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공장 가동의 필수 요소인 전력 및 용수 이슈에 대해 정부는 호남권에 하루 100만t 용수 공급망, 용인 산단 전력망 지중화 및 송배전망 신속 구축을 공언했다”면서 “향후 정부의 예산 집행 속도와 지자체 간 인허가 조율 과정이 이번 반도체 투자의 실질적 실행 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적은 지자체의 불만을 달래는 것도 과제다. 한 예로 강원·전북 등에선 대규모 투자 축에서 자신들이 소외됐다며 우려감을 표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정교한 갈등 조정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전국적인 산업 기반 유치, 국토 균형발전 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목표엔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역 선정의 타당성 등에 대한 오해나 갈등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내 갈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좌우로 들러리 세운 채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운운하는 건 관치 경제의 상징”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같은 날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삼성과 SK는 기업 이익과 미래 가치 창출의 최적지를 골라 투자처를 밝혔고, 정부는 호남엔 제2 반도체 생산거점을 책임질 메가클러스터, 영남엔 피지컬 AI와 소부장·자동차·조선·우주항공, 충청엔 반도체 후공정과 AI·데이터센터를 잇는 3대 혁신 거점을 배치해 대한민국 중부와 남부를 골고루 살리는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택했다”고 반박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