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른 김포~제주 노선 독과점 방지책이 시행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다. 통합 항공사에 집중될 슬롯을 저비용항공사에 나눠줬지만 일부 항공사가 실제 공급을 충분히 늘리지 않으면서 제주 항공권 좌석난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시정조치에 따라 김포~제주 노선의 대체항공사로 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파라타항공을 선정했다. 올해 3월 29일 하계 운항 일정부터 제주발 김포행 기준 하루 13개 슬롯이 이스타항공 6개, 제주항공 4개, 파라타항공 2개, 티웨이항공 1개씩 배분됐다.
23일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4~5월 제주발 김포행 전체 운항편은 6485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53편보다 268편, 4.0% 감소했다. 여객도 124만9325명에서 118만1745명으로 6만7580명, 5.4% 줄었다.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선 노선별 운항·여객 실적을 항공사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항공사별 슬롯 활용 실적은 크게 엇갈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65편에서 올해 1495편으로 운항을 230편 늘렸다. 4~5월 하루 4편씩 총 244편을 추가 운항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편 가능 물량의 94.3%를 소화한 셈이다. 제주항공 측은 나머지 14편의 차이에 대해 기상 등에 따른 결항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여객은 22만3833명에서 27만1349명으로 4만7516명 증가했다.
파라타항공도 배분 물량과 동일한 122편을 운항해 2만209명을 수송했다. 적어도 두 항공사에서는 재배분된 슬롯이 실제 좌석 공급으로 연결된 것이다.
반면 하루 6개로 가장 많은 슬롯을 받은 이스타항공은 지난해보다 366편을 추가할 수 있었지만 실제 운항 증가분은 180편에 그쳤다. 지난해 운항편을 유지하면서 신규 슬롯을 모두 활용했다고 가정한 기대치보다 186편 적다.
티웨이항공은 하루 1개씩 61편을 추가할 수 있었지만 실제 운항편은 지난해 850편에서 올해 790편으로 오히려 60편 감소했다. 지난해 운항 물량에 신규 슬롯 61편을 더한 기준과 비교하면 공급 공백은 121편이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기대치 미달분을 합하면 총 307편이다. 일부 항공사의 슬롯 활용 부족이 좌석난을 심화했다는 지적은 제주도와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이를 편당 189석으로 단순 환산하면 5만8023석의 공급 가능 좌석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셈이다. 307편이 모두 추가됐다면 전체 운항편은 6792편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39편 많아진다. 항공사별 항공기 좌석 배치와 실제 투입 예정 기종이 다를 수 있어 5만8023석을 실제 승객 피해 규모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급 부족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슬롯 배분 이후의 이행률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활용 실적이 낮은 항공사에는 향후 운수권·슬롯 배분상 불이익을 주거나 미사용 슬롯을 회수해 다른 항공사에 재배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 항공 업계 전문가는 “대체항공사 선정은 통합 항공사의 시장지배력 확대를 막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정조치”라며 “슬롯을 배분받은 항공사가 돈이 되는 해외 노선에만 치중하고 운항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용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