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과 사내 주택대출 확대가 경기 남부의 주택·소비시장에 수요 충격을 주고 있다. 반도체 종사자가 밀집한 동탄에서 아파트 거래와 계약해제가 동시에 늘고, 판교·용인·동탄의 고가 상품 매출도 증가했다. 화성시 주요 외식 품목 가격까지 전국 외식물가 상승률을 웃돌면서 성과급발 구매력이 지역 물가에 추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실적에 따른 초과이익분배금 지급률을 기본급의 2964%로 확정했다. 연봉 1억원인 직원의 산정액은 약 1억4820만원이다.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의 10%를 기준으로 한 재원은 약 4조7200억원이다. 다만 산정액의 80%는 올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
삼성전자 DS부문도 2025년도 초과이익성과급으로 연봉의 47%를 지난 1월 지급했다. 여기에 노사는 지난 5월 반도체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과 무주택 임직원 대상 최대 5억원 규모의 주택자금 대출 신설에 합의했다. 특별성과급은 향후 실적에 따라 자사주로 지급되지만, 주택시장은 실제 지급 이전에도 미래 소득과 자금조달 여건 개선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실제 지난 5월 동탄구 아파트 매매계약은 1355건으로 전월 1001건보다 35.4% 증가했다. 계약해제도 47건에서 82건으로 74% 늘었다. 일부 집주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물어주고 기존 계약을 해제한 뒤 가격을 올려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거래 확대와 계약해제 증가는 매수자의 구매력뿐 아니라 매도자의 가격 기대도 함께 높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이를 성과급만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동탄은 비규제지역에 따른 갭투자 수요와 GTX-A 개통,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기대가 겹쳐 있다. 성과급과 사내대출은 집값 상승의 단독 원인이라기보다 기존 개발 호재와 잠재 수요를 실제 구매력으로 전환하는 촉매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는 게 부동산업계 설명이다.
그럼에도 성과급 효과는 소비시장에서 확인된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5월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사우스시티점에서는 고급 주얼리와 시계 매출이 각각 146%, 8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올해 1~5월 명품 매출도 40% 늘었다. 증시 상승과 판촉행사, 신규 입주 효과가 포함돼 있지만 반도체 기업 인근 점포에서 고가 소비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성과급 효과를 뒷받침한다.
외식가격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화성시의 5월 물가 조사에서 물냉면 평균가격은 9183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4.47% 올랐다. 갈비탕은 1만5150원으로 5.72%, 돼지갈비 200g은 1만6253원으로 7.94%, 삼겹살 200g은 1만6469원으로 5.14% 상승했다. 같은 달 전국 외식서비스 물가 상승률 2.6%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고소득층의 가족 모임과 회식, 기념일 소비가 늘면 식당은 이용객 증가뿐 아니라 고가 메뉴와 주류 판매 확대를 통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좌석과 영업시간이 제한된 프리미엄 식당에서는 이 같은 수요 증가가 예약난과 메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반도체 성과급이 특정 지역의 주택 수요나 고가 소비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동탄과 판교,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자산가격과 소비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