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한미전략투자특별법(특별법)이 오는 18일 정식 시행된다. 한미간 합의에 따라 3500억 달러 규모로 전략적 투자 및 조선협력투자를 단행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출범시켜 대미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인데, 관심이 집중된 ‘1호 프로젝트’의 윤곽은 일러야 다음달쯤에나 드러날 전망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14일 ‘전략적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미국이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처다. 국회는 지난 3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을 제정했고, 정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특별법 시행령안을 의결하며 대미 투자 방안을 구체화했다.
대미 투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투자가 두 축이다. 한국 정부는 조선,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에너지, 인공지능 및 양자컴퓨팅 등 첨단산업 분야 등에10~20년간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 시행령을 통해 한국으로 분배되는 총 예상수입이 해당 투자의 원리금을 전부 충당하는 경우로 정의하는 등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사업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
또 원리금 산정시 적용되는 이자율은 개별 대미투자 시점의 2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한국이 미국과 협의한 가산금리를 더한 이자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기준 2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973%다. 이 밖에 한국기업 주도로 민간투자,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투자도 이행한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일인 18일에 맞춰 전략적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즉시 출범시킨다. 법정자본금 규모는 2조원으로, 이는 정부가 연차적으로 나눠 전액 현금출자하는 구조다. 운영기간은 20년이다. 특별법은 한미전략투자공사무 일부를 위탁할 수 있는 기관을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로 규정했다.
아직 대미 투자 첫 프로젝트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신규 원전 건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 등 다양한 분야가 대상 프로젝트로 거론된다. 다만, 양국 정부 및 기업의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1호 투자’란 상징성도 커서 프로젝트 선정엔 다소 시일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6월 중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상업적 합리성을 보고 분석이 끝나야 진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민수 포스코경영연구원 경제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대미투자 압력에 대비한 안전판, 대미투자특별법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따른 공통 관세 부과 및 301조 조사 착수 등 대체압박수단을 강구하고 있어, 한국이 양국 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외면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동시에 자원 부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혁신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인 만큼, 공급망 재편과 제조업 유치 정책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한국 기업에도 실질적인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