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상한선 폐지하라”…삼성전자 평택공장에 노조원 3만명 운집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 첫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는 3만명의 노조원이 집결했다. 이들은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제 폐지 실현하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투쟁결의대회를 가졌다. 사측에 성과급 투명화 및 상한 폐지 제도화를 재차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결의대회에는 경찰 추산 3만여명, 노조 추산 3만9000여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노조 집회가 열리는 도로 양방향을 통제한 가운데 300여명을 투입해 교통 관리와 우발 상황에 대비했다. 평택시도 안전 안내문자 발송을 통해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일대 도로의 교통통제 사실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우회도로 이용을 당부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7만4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삼성전자의 첫 과반노조로, 지난 15일 고용노동부의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300조원)을 감안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45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글로벌 1위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맞게 직원에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노조는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불거질 경우 20조~30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성과급 논란은 노노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수년째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데, 대규모 성과급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생산 차질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감소와 과도한 보상으로 인한 주주 이익 침해 등을 이유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실제로 이날 오전에는 노조 측 집회 장소 인근에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소속 일부 회원들이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다하다며 반대 집회를 가진 뒤 해산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주주 배당은 11조원에 불과한데 직원 성과급으로 40조원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 규모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용 37조7404억원을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차질을 초래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해 “불붙은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5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메모리 생산 차질로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이는 가격 상승 압력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2024년 7월 파업 당시 참여한 인원은 전체 노조원의 15% 수준에 그쳤고, 대체 근무 등을 활용해 시장 충격이 제한적이었다”며 “5월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파업 참여 예상 인원이 3만~4만명으로, 전체 노조원의 30~40%에 달해 2년 전 파업 대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생산 정상화에 2~3주가 추가 소요될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 차질 규모를 디램 3~4%, 낸드 2~3%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이번 파업은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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