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체로선 경이적인 수준인 70%를 넘어서며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를 크게 웃돌았다. SK하이닉스는 7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를 내년 중 양산해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 반도체 초호황에 영업이익 38조 육박…1년 새 5배 급증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1분기 매출액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시현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1%, 405.5% 급증했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40조345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7.6% 늘었다.
제품을 팔아 얼마나 남겼는지 보여주는 영업이익률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58.4%)에서 약 13.1%포인트나 뛰어 71.5%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42.2%, 2분기 41.4%, 3분기 46.6%를 기록하며 40%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엔 58.4%까지 상승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였는데, 이를 불과 한 분기 만에 경신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65%)와 글로벌 파운드리 압도적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58.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의 주도권 확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중 범용 D램 계약가격 약 90%, 낸드 가격은 약 60% 상승했을 것으로 본다. 자연스레 SK하이닉스의 제품 판매가가 높아지는 구조다. HBM 시장에서도 여전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57%로, 삼성전자(22%), 마이크론(21%)에 크게 앞서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HBM·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HBF 표준화·제품화 등 신규 시장도 주도”
SK하이닉스는 HBM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통해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김기태 HBM 세일즈앤마케팅 담당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4E는 출하 일정과 제품 스펙에 대해 고객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하반기에 샘플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데, 내년 양산을 목표로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HBM 외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도 다양한 AI 환경의 요구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박준덕 D램 마케팅 담당은 “1cnm LPDDR5X 기반 192GB SOCAMM2 제품을 이번 달부터 본격 양산하여 고객에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92GB SOCAMM2는 기존 RDIMM 대비 2배 이상의 대역폭과 75% 이상 개선된 에너지 효율을 실현해 고성능 AI 연산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영역에서도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송창석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 담당은 “향후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의 글로벌 표준화 및 제품화를 통해 D램뿐만 아니라 낸드시장에서도 신규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우려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충분한 재고 확보, 공급업체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 부문장은 “과거 국제 분쟁 기간의 경험을 통해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원자재 및 에너지 수급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부문장은 “텅스텐의 경우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가격 상승이 있으나 재고가 충분히 확보돼 있고, 수급에도 차질이 없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전력 관련해서는 원유와 수출 지연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지만, 장기 계약을 통해 확보하고 있어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아 사업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