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과학기술원 재학생 중 졸업 후 창업을 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가정신발전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4대 과학기술원 대학(원)생 창업 실태 및 촉진 요인 조사’에 따르면 ‘창업’을 본인의 진로로 선택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10.9%에 불과했다. 학계 및 연구기관 취업을 희망한다는 비율이 39.4%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대기업 취업(25.5%), 전문직(18.9%)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17일부터 이듬달 5일까지 KAIST(한국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대 과기원생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302명이 응답했다. 한경협 기업가정신발전소는 이에 대해 “과기원생들이 창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인의 진로에 있어서는 연구·취업 중심의 안정적 경로를 더 크게 선호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과기원생들이 창업 도전을 꺼리는 결정적 이유는 부담감이었다. 창업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앞으로도 고려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불과했다. 창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응답자(94.4%)들은 창업을 고려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실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리스크 부담’(28.3%)을 꼽았다. ‘안정적 취업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부담’(26.4%)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과기원생들 사이에서 창업 실패는 리스크란 인식이 컸다. 창업 실패가 향후 취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응답자의 36.4%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23.2%에 그쳐, 창업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원생들의 창업 장려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높았으나, 실제 교육 경험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6%는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1%에 그쳐 인식과 경험 사이의 격차도 드러났다. 주변에 기술 기반 창업에 도전한 인물이 있으면 창업 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친구, 교수 등 중에서 기술 기반 창업에 도전한 지인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28.8%였는데, 이들 중 과반(55.2%)은 해당 사례가 본인의 창업 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지상철 고려대학교 세종창업지원센터장은 “창업 과정에서의 실패를 재도전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며 “재창업 지원, 학업 복귀 연계, 실패 이력에 대한 제도적 보호 등 리스크를 완화하는 정책이 병행될 때, 학생들의 도전 의지가 실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