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권 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채권시장에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2.50%)를 크게 상회하며 연내 2회 인상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만큼,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14일 서울 채권 시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시장의 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338%로 마감하면서 만기별 국고채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5.2bp 상승한 3.701%로 마감했다. 3년 국채선물은 20틱 하락한 104.75에 거래됐다. 10년 국채선물은 25틱 하락한 110.85이었다. 30년 국채선물은 전 거래일과 동일한 126.06이었다. 특히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10년 국채선물은 반빅 하락 출발했으나 이내 하락 폭을 일부 되돌렸다.
중동 정세가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가운데 국제 유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이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첫 공식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0.46달러로 9.2% 상승했고,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95.73달러로 9.7% 올랐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상황과 겹치면서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올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후반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 경우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1~2회 인상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수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충격이 더 클 전망이다.
다만 실제 금리 인상 단행 여부를 두고는 신중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수출 둔화와 내수 위축을 불러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0%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리까지 올릴 경우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 상황이다.
한은이 물가 상승 리스크와 경기 하방 리스크 사이에서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세와 환율 안정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12일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및 기자설명회에서 “중동 정세 불안이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며 “대내외 정책여건의 변화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하게 금리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