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국이 올해 수출액 7000억 달러를 최초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24일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연간 수출이 지난해다 2.5% 증가한 7005억 달러(약 1034조원)를 기록, 역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6971억 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연간 수출 규모는 1995년 1000억 달러, 2004년 2000억 달러, 2006년 3000억 달러, 2008년 4000억 달러, 2011년 5000억 달러, 2021년 6000억 달러를 각각 넘기며 이정표를 세웠다.
올해는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79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7000억 달러라는 새로운 역사를 세울 가능성이 생겼다. 이 같은 연간 수출 규모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수출은 2011년 822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지난해 7075억 달러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수출은 미국의 관세 부과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도 관세 대응을 위한 선 적재 수요, AI 투자 확대와 관련된 반도체 수요 증가, 이미 수주한 선박 인도 물량 지속 등에 힘입어 견조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 수출은 글로벌 경기 부진 및 교역 둔화, 전년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소폭(0.5%) 감소를 예상했다.
아울러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 등으로 내수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 연간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관세 부담에 따른 거시적 영향의 정도, AI 중심 정보통신기술 경기 호조 지속 여부, 주요국 재정·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등 대외 환경 요인이 한국 경제 성장률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는 각각 전년보다 1.7%, 1.9%,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한 달러화 약세 요인의 영향 속에서 올해 평균보다는 낮은 1391.7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적인 AI 투자 확대 등 성장 요인에도 통상 여건이 악화하고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도전적 환경 속에서 주력 산업 전망은 엇갈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 제품의 수출 증가로 반도체 내년 수출이 4.7% 증가하는 등 반도체, IT, 바이오헬스 등을 포함한 IT신산업군 수출은 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세계적 공급 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정유(-16.3%), 철강(-5.0%), 석유화학(-2.0%) 등 소재 산업군 수출은 7.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해외 생산 및 현지 부품 조달 확대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0.6%), 조선(-4.0%), 일반기계(-3.7%) 등의 수출이 부진하면서 기계산업군 수출도 전년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13대 주력 산업은 보호무역, 통상 환경 변화, 대미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안정적 수출·공급망 체계 구축과 함께 AI·친환경·모빌리티·스마트 제조 등 기술 전환에 대비한 경쟁력, 생산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 세제·금융·R&D 확대, 통상 협력 및 규제 개선, 친환경·디지털 전환 촉진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