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이집트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한다.
대통령은 19일 시작된 이집트 방문 동안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카이로대학교에서 대(對)중동 외교 구상을 발표하는 등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첫 공식 일정으로 20일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어진 정권 교체 과정을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어낸, 세계사적으로도 기적과 같은 역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집회에 대해 “(전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모였지만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고 유리창 하나 깨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국민주권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삶에서 재현하지 않았나”라고 회상했다.
회담에서 알시시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역량에 놀랐다. 지난해 계엄 사태 같은 황당무계한 역사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혈혁명을 통해 국민의 손으로 정상 회복하는 것을 보며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또 해외 거주 동포들을 향해 “여러분이 다시는 대한민국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여러분의 든든한 힘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은 총 111분간 단독 및 확대 형태로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방산·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추진에 뜻을 모았다. 회담 계기로 문화협력과 기술교육 분야에서 두 건의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국과 이집트는 평화 촉진자 역할을 함께 수행하며 국제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이로대학교에서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공개하며 중동 외교 구상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구상은 안정(Stability)·조화(Harmony)·혁신(Innovation)·네트워크(Network)·교육(Education) 등 다섯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함께 써 내려 갈 차례”라며 에너지·건설·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협력 확대와 청년 교류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와 한국 사이 직항 노선 신설 가능성도 언급하며 “두 나라의 교류가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집트의 한국 선호도가 90%에 이른다는 자료를 소개하며 “양국 관계를 가속하는 데 동포들이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21일 오후 남아공으로 출발했으며, 22일부터 열리는 G20 회원국 자격으로 정상회의에 참석해 포용적 성장, 기후변화, 재난 대응, 공정한 미래 등 글로벌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등 5개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 정상들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