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나흘 앞둔 지난 9일. 반려인능력시험의 고득점자들이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집결했다. 동물전문채널 동그람이와 서울시가 공동주최, 지난 9월 7일 치러진 반려인능력시험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오프라인 세미나 ‘멍냥연수원’이 열린 것. 주최 측은 반려인능력시험 당시 오프라인 세미나 참가를 신청한 응시자 중 취득 점수를 기준으로 강아지 영역 상위 150명, 고양이 영역 1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복한 반려생활 위해”… 온라인 필기시험에 오프라인 세미나도
2019년 출범한 반려인능력시험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부터 온라인으로 변경됐고 대신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세미나를 도입했다. 강아지 영역은 실기시험도 치르고 있다. 동그람이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건강 등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한 지식을 쌓을 기회와 자리를 보다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여러 오프라인 행사의 도입 배경을 밝혔다.
15년차 고양이 집사이자 올해 반려인능력시험 고양이 영역에서 ○○점을 받은 기자도 멍냥연수원 초대장을 받았다. 이날 오전 강아지 연수원이 먼저 열린 가운데 오후 고양이 연수원에 참가했다. 입장과 동시에 다양한 펫푸드 샘플, 보조제, 귀 세정제, 탈취제, 종이 숨숨집 같은 반려묘 용품이 가득 담긴 선물 꾸러미가 모두에게 주어졌다.
◆ “고양이 삶의 질 올리는 올바른 식습관”… 참가자들 ‘필기 삼매경’
수도권은 물론 대전과 충남 천안 등 지방에서 상경한 고양이 집사 등 약 80명 참가자가 집결한 가운데 김효진 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의 ‘고양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영양과 환경 풍부화’ 강연이 시작됐다. 건국대 수의과대 겸임교수이자 반려인능력시험 출제위원인 그는 고양이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집사가 알아야할 정보를 전달했다.
수의사로서 20년 경험 및 지식과 실제 고양이 집사로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알아듣기 쉽게 강연을 이어갔다.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뼈와 피를 뺀 정제육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 고양이는 이전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꺼리는 ‘네오포비아(Neophobia)’ 경향이 심하다는 점, 타우린과 아르기닌 등 고양이가 먹는 것으로 채워야하는 필수 아미노산, 펫푸드 제품 라벨의 성분 읽는 법, 물그릇 배치법, 올바른 펫푸드 급여법 등 정보를 꼼꼼히 필기하는 참가자들이 많이 보였다.
아울러 길고양이와 달리 사냥을 할 필요가 없는 반려묘가 일상에서 활동량과 유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짚으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퍼즐피더(Puzzle Feeder·머리나 몸을 써야만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설계된 반려동물용 장난감 또는 활동 도구)’를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이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김 원장은 “반려동물에게 음식을 더 잘 주려는 노력보다는 담백하게 급여를 하고 보다 활동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뒤 인터뷰에서는 “고양이의 시그널은 보호자가 직관적으로 읽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하고자 했다”며 “자발적으로 반려인능력시험에 응시하고 오프라인 세미나까지 참석해서 공부하는 보호자가 많아서 보기 좋다”며 웃었다.
◆“고양이의 문제행동, 세심한 관찰로 변화 가능”… 피어프리 적용법도
이어진 강연도 반려인능력시험 출제위원인 이우장 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의 ‘고양이 문제행동 올바르게 이해하기’였다. 그는 반려묘 75.7%가 최소 1개 이상의 행동문제가 있으나 54%만이 수의사와 상담을 한다는 연구결과 자료에 더해 “고양이의 행동 변화는 사실상 유일한 건강 이상 신호라 중요하다”며 “명확한 트리거(계기) 없이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갑자기 하는 경우에는 신속한 메디컬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사전에 받은 참가자들의 질문들을 바탕으로 고양이들의 문제행동을 짚고 해결 방안을 추천했다. 그러면서 “고양이의 행동을 차단하거나 ‘안돼’라고 제지 하는 것에 그치는 건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며 “반려묘의 각자의 특성, 문제 행동을 하는 시간과 장소, 감정의 근원 등을 세심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 뒤 반려묘가 해당 행동을 하기 전에 보호자가 선행적으로 변화를 주고 대체 행동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동물병원의 주요 트렌드인 ‘피어프리(Fear Free·반려동물의 공포, 불안,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두려움 없는 진료)’를 집에서 적용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행동 차이점을 익살스럽게 보여주는 영상에 참가자들은 공감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자발적 ‘나머지 수업’ 열정… “반려묘 모시는데 큰 도움”
이날 강연은 당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으로 예정됐으나 뜨거운 학구열(?)로 5시30분이 되어서야 종료됐다. 그 뒤로도 질의응답을 원하는 참가자들이 남아 6시가 넘어서까지 자발적 ‘나머지 수업’이 진행됐다.
반려묘 뽀얌&달곰이를 모시는 4년차 집사는 “새삼 고양이는 연약한 동물이라는 걸 실감했다”며 “오늘 강연에서 배운 것처럼 세심하게 지켜보며 뽀얌이와 달곰이를 돌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레옹&부부를 돌본다는 보호자도 “집사 경력이 10년이 넘는데 오늘 처음 알게 된 내용도 있었다. 너무 유익했다”며 “수료증 같은 게 있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19살 고양이 기리의 집사는 “반려묘에게 너무 다양한 펫푸드를 준비해주면 편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강연 내용에 공감했다.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보이면 곧장 동물병원을 찾은 것과 더불어 그 점이 기리의 장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어린 고양이들도 돌보고 있는데 이번 세미나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엄지를 세웠다.
한편 이날 강아지 보호자 대상 세미나에 이어 고양이 집사 대상 세미나를 연이어 진행한 동그라미 관계자는 “강아지 세미나는 활기찬 분위기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분이 많았고, 고양이 세미나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아래 질의응답도 얌전하게 진행되는 등 보호자들간 미묘한 차이점이 있어서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