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경제학…승자는 누구인가] 경제에 ‘보이지 않는 타격’

최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32)는 평소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유를 물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점심시간, 퇴근 시간이 항상 불편하다. 여행에 들뜬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으니 소란할 수밖에 없고 다니려는 길목마다 사람이 너무 많다. 이렇다보니 A씨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불편함과 맞물린 셈이다.

 

 # 직장인 B씨(29)의 경우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가 담긴 콘텐츠를 자주 접하면서 해당 국가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생겼다. 일부의 행동을 마치 그 나라 국민들이 모두 그런 것처럼 만들어낸 게시글, 숏폼 등을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해당 게시글에 동조하는 댓글이 많다보니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 대학생 C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산다. 그는 늦은 시간 노동자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면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외국인 노동자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신경쓰인다는 게 C씨의 말이다. 이같은 시선을 경험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외국인 거주자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7.4%가 ‘한국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 사회 곳곳에는 특정 국가 국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차별 정서가 은연중에 퍼져 있다. 혐오를 숨기지 않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정 국가가 너무 싫다’, ‘외노자들이 괜히 무섭다’ 같은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선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거세다. 이를 단순히 개인의 감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이같은 정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되어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된 한국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온 상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약 115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4%를 차지한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 농축산업 등에서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현장 운영이 어려운 구조다.

 

 관광산업에도 불리하다. 국내 관광산업의 축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특히 중국 시장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단체관광객의 대거 유입은 면세점·숙박·식음료 업계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100만 명이 추가로 유입되면 국내 GDP가 0.08%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7년 사드(THAAD) 배치 여파로 중국 단체관광이 사실상 중단되며 7조원대 손실을 본 사례는 여전히 업계의 트라우마다.

 

 이같은 혐오 정서는 실제 업계 매출에도 악영향을 준다.특히 업계는 관광객들의 후기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SNS에 ‘한국에서 불친절을 겪었다’는 후기만 올라와도 예약이 줄어든다”며 “정서적 거리감이 관광수입 감소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혐오 정서는 무역과 투자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코트라(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 대상국의 인권·다문화 수용성을 ESG 평가 항목으로 본다”며 “배타적 분위기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혐오와 차별은 기업과 정부가 당장 체감하지 못할 뿐, 5년·10년 뒤엔 ‘환대받지 못하는 나라’라는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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