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 해킹 사태로 연임 포기…새 수장 찾는다

KT,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방안 논의…선임절차 공식 개시
공모·면접·평가 등 거쳐 연말 최종후보 선출 전망
5일부터 전 가입자 유심 무상교체 시작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KT 제공

김영섭 KT 대표가 소액결제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했다. KT는 즉시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물색에 돌입했다. 해킹 후속 대책으로 전 가입자 대상 무료 유심교체도 시행한다.

 

KT는 4일 이사회에서 김 대표가 차기 KT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공식 임기인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마친 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CEO로서 개인정보 유출 및 소액결제 피해 발생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수 차례 언급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을 논의한 것을 시작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정관 규정에 따라 KT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 모집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 주주)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공개 모집은 오는 5일 오전 9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이후 서류 및 면접 평가를 거쳐 사내·외에서 후보군을 추리게 된다. 연말쯤 최종 후보가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KT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KT는 이사회에서 전 가입자 대상 유심 교체 실시를 의결했다.

 

이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접속 2만2227명, 무단 소액결제 362명 등 피해가 발생하고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등 일부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유심 교체 가능 여부를 묻는 질의에 “이사회에서 의결되면 즉시 시행하도록 하겠다”며 “전 고객 대상 유심을 교체할 수 있는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고,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답한 바 있다.

 

KT는 오는 5일 오전 9시부터 KT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 예약 후 전국 KT 대리점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가입자를 위해 오는 11일부터는 택배 배송을 통한 셀프 개통 서비스도 운영한다.

 

KT는 시행 초기 신청이 집중될 가능성을 고려해 피해 발생 지역인 광명·금천 등을 우선 대상으로 교체를 진행한다. 이후 수도권 및 전국으로 단계적 확대할 예정이다.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에게도 동일한 유심 무상 교체가 적용되며,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은 각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추후 안내된다.

 

KT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네트워크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전반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근본적인 보안체계 개선과 서비스 안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KT 이사회에 앞서 KT 소수 노조인 KT새노조가 직원 연쇄 사망과 소액결제 해킹 사건의 책임을 지고 김영섭 KT 대표가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KT새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소속 지부, KT민주동지회,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정상화를 위한 김영섭 퇴진 공동행동’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고기석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 5800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불과 10개월 만에 6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며 “노동자들이 남긴 유서에는 ‘내 잘못이 아니다’, ‘버티기 힘들었다’는 절망이 담겨있었지만 김 대표는 ‘증거가 있으면 사과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 선임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고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대통령실과 여당, 검찰까지 동원해 KT 인사에 개입한 결과 정권 낙하산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섭 대표는 구조조정의 책임자이자, KT 혼란의 키운 당사자”라며 “김 대표 퇴진 없이는 KT의 정상화도 통신 공공성의 회복도 불가능하며, 이사회 또한 방광과 동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공동행동은 KT 이사회 개최 이후 전국 1인 시위를 진행하고, KT 본사와 지역본부 등 주요 지역에서 릴레이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