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세계 34위에서 올해 37위로 세 계단 밀려나는 가운데 카드 대출 연체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5962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3만6239달러)보다 0.8% 감소한 수치다. 이로 인해 한국의 1인당 GDP 세계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대만의 약진이다. IMF는 대만의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4060달러에서 올해 3만7827달러로 11.1%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순위는 38위에서 35위로 세 계단 상승하며, 22년 만에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2028년에야 1인당 GDP 4만802달러로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순위는 점점 더 하락해 2029년에는 41위까지 밀릴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반면 대만은 내년에 이미 1인당 GDP 4만1586달러로 4만 달러를 돌파하고, 2030년에는 5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일본의 경우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2443달러에서 올해 3만4713달러로 7% 가까이 증가하겠지만, 세계 순위는 계속 40위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일본이 한국보다 1년 늦은 2029년 4만120달러로, 4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1인당 GDP 세계 순위도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만년 40위를 기록하다가 2027∼2030년 42위로 더 하락하는 등 지지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고환율, 수출 부진, 내수 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민의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실제 서민경제에 나타나는 징후도 심상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가 카드대출 연체율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된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금액은 1조483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말(7180억원)에 비해 불과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8월 말(1조3720억원)과 비교해도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카드대출 잔액은 44조6650억원에서 44조7850억원으로 0.3% 증가에 그쳤지만, 연체액은 가파르게 늘었다.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2021년 말 1.9%였던 카드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8월 기준 3.3%까지 치솟았다. 2021년 말에는 1.9%였던 카드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2.2%, 2023년과 지난해 말에는 2.4%였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카드론에 의존하는 취약 차주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강 의원은 “은행 대출 문이 좁아지면서 취약 차주들이 카드론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카드사들의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에 부실채권 상·매각 등 적절한 지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