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국익 우선, 실용에 입각한 타결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현금성 투자에 대해선 “외환시장을 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는 한미 관세협상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구 부총리는 확장재정 중심의 경제운영을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주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에 관해서는 “공급은 공급대로 빨리 속도를 내면서 수요 부분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하게 될 것 같다”며 “(세제 관련) 방향성은 발표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중장기 기조를 제시하되, 당장의 보유세 인상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구 부총리는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회담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며 “제가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15일 출국하는 대로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과 의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대미 수출액 분석을 인용해 ‘자동차관세율 50%에서 수출이 30%, 철강 관세율 75%에서는 수출이 60% 감소한다’고 지적하자, 구 부총리는 “50%나 75% 관세율을 가정하지는 않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25%가 더 낮아지고 50%가 더 낮아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미협상이 부실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는 “지난 정부가 계엄 와중에서 준비를 하나도 안 해 놨다”며 “실무적으로 장관급 레벨에서 준비가 없었다 보니 대통령급 레벨로 (협상을) 올릴 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5%로 갈 수 있는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는 점도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구 부총리는 대미 투자로 3500억달러를 현금 지불하는 방안에 “감당하기 어렵다”며 “우리 외환사정에 대해 지난번에 베선트 장관을 충분히 설득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투자금 세부 조달방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측은 현금지급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등을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상태다.
구 부총리는 “1년간 쓸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최대 150억∼200억 달러다. 이보다 더 투자하려면 외환이 조달돼야 한다”며 “외환이 조달된다고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고 상업적 합리성이 인정된 사업에만 투자하고 회수가 돼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어 “우리는 초지일관 대출·보증·출자를 섞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결코 이면 합의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과 일본 간 이면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에서 일본 카운터파트와 알아보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우리에게 지금 답을 안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이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 투자액은 1∼2%이고 나머지는 대출이나 대출 보증’이라는 일본 경제재생상 발언이 보도되면서 이면계약 논란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제한 또는 상설스와프가 어렵다면 단계별 또는 제한적 조건의 스와프를 동시 제안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질의하자, 구 부총리는 “미국과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구 부총리는 국내 경제 상황은 단기적인 경기진작이 불가피할 정도로 어려운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2% 역성장한 점을 짚고 “지난 정부 말기에는 거의 경제가 방치돼 있었다. 서민들이 (힘들어서) 죽으려고 한다”며 “건설경기 같은 경우도 지난 정부가 정책을 너무 놓쳤다. 주택공급 같은 경우도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만에 대책도 마련하고 안정화시키고 있는데, 지난 정부의 주택공급이 제대로 마련됐다면 지금 실행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과를 아마추어라고 비판한 야당의 지적에는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다. 죽을힘을 다해 무너진 경제를 반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서 경제성장, 국내총생산(GDP) 분모를 키우는 쪽으로 갈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