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단체들이 네이버에 수백억원대 저작권 침해 소송을 연이어 제기했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등 인공지능(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초 한국방송협회는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를 상대로 AI 저작권 침해에 대해 공중파 3사에 2억원씩, 총 6억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부분 피해액이 5억원을 넘긴 것으로 미뤄 한국방송협회가 향후 네이버 측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 배상액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신문협회도 네이버가 신문 기사 콘텐츠를 AI 학습에 무단 사용했다며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 판단을 토대로 개별 언론사들의 손해 배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소장에서 “네이버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하이퍼클로바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습에 쓴 블로그, 카페, 뉴스, 댓글, 지식인, 국립국어원의 모두 말뭉치, 위키피디아 등 데이터 가운데 뉴스는 13.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어떤 허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신문협회도 “네이버의 행태는 저작권 침해 행위일 뿐 아니라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 기반 사업 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업 활동 방해”라고 지목했다. 뉴스 기사의 주요 내용을 무단 복제·요약·재구성해 답변 형태로 제공하는 네이버의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도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한 신문협회는 “AI 요약 등 과정에서 원문을 왜곡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발달에 필수 요소인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두고 언론단체와 네이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AI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AI 산업 혁신을 위한 활용 간에 균형감 있는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지난달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저작권 침해에 대해 중소기업만 면책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강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유럽연합(EU)은 연구 목적인 대량의 텍스트·데이터 활용(TDM)은 무조건 허용하고 일반적인 데이터 활용의 경우 저작권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허용한다. 일본은 이미 2018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연구 목적뿐만 아니라 상업적 목적의 TDM까지 폭넓게 허용한다. 미국은 공정 이용 원칙을 충족하면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사용 가능하고 상업적 목적이라도 공익성이 큰 경우 허용하는 등 주요국들이 AI 학습의 저작권 문제에서 원칙을 갖고 대응하는 상황이다.
최수진 의원은 “AI 산업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가 산업간 법적 분쟁이 되고 있는데 주무 부처가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AI 학습 관련 저작권 면책 요건과 저작권자에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등 국회와 정부가 적극 제도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