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용외교’를 지향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함께 서겠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시사잡지 타임 인터뷰에서 “우리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들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역사적 관계, 경제적 유대, 민간 교류로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적절한 수준에서 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서방 세계가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미국과 함께 할 것이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중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두 진영 간 대립의 최전선에 서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압박만이 해답은 아닐 수 있다며 핵 개발 저지를 위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에 그저 그만두라고만 하면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멈추겠나"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현재의 압박을 계속 적용하면 북한은 더 많은 폭탄을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종종 핵무기를 용인할지, 아니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지의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의 선택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중간 지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위해 그들과 협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구분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단기 목표로는 그들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멈춰야 한다"고 짚고, "그리고 그 조치의 일부에 대해선 그들에게 보상을 할 수도 있고, 그런 뒤 군축(disarmament), 그리고 나서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진행한 무역 협상과 관련해서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그것을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인 대안을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군기지 소유권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농담을 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미군은 이미 기지와 땅을 비용을 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를 소유하게 된다면 재산세를 내야하고, 그걸 면제해줄 수는 없다"고도 했다.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채 등을 선물보따리를 안긴 것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훌륭한 골퍼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골프 한게임 하면 내가 더 큰 차이로 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타임은 이 대통령이 한국이 처한 위기 상황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을 '재부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타임에 한국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짚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고 국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계기로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으며, 타임에는 이날 공개됐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