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OECD가 공개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8%로 올해(2.02%)보다 0.04%포인트 떨어졌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같은 모든 생산요소를 총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뜻한다.
이번 OECD 전망은 최근 국내 기관들의 비관적 전망과 비슷하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공개한 2025~2030년 잠재성장률은 1.5%에 그쳤다. 2022년의 전망(2023~2027년 2.0%)보다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 3가지 요소(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 생산성) 모두 한국은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고령화로 노동 투입 부문에서 큰 감점이 되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의 여파로 자본 투입도 감소세고,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총요소 생산성마저 정체하는 모습이다.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2017∼2026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낙폭은 1.02%포인트(3.00→1.98%)로, 수치가 공개된 37개국 중 일곱 번째로 하락 폭이 크다. 잠재성장률이 4%인 신흥국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체코, 에스토니아 등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프랑스(0.92→1.04%), 이탈리아(0.03→1.22%), 스페인(1.03→1.74%) 등은 잠재성장률이 상승한 가운데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2∼2.4% 수준을 맴돌고 있다.
잠재 성장률의 가파른 하락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탄핵정국 등 대내외 악재에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이며 0%대 성장 전망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잠재성장률이 똑같이 1%포인트 떨어졌다고 해도 선진국에 파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