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석증은 미세한 칼슘 덩어리인 이석이 세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가 움직이며 평형 감각을 자극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겨울철 비타민D 결핍이 이석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추위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어들며 비타민D 생성량이 감소하면서 이석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비타민D 결핍만이 이석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이석증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석증은 주로 40~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나이가 들면서 이석 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 이석이 불완전하게 형성되어 이석이 쉽게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전정신경염이나 메니에르병 등 내이 질환을 앓았거나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 사람은 이석증에 더욱 취약하다. 최근 대한평형의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이석증 환자의 약 15%는 두부 외상이나 내이 질환을 경험했다.
이석증의 주요 증상은 어지럼증이다. 주로 앉았다가 뒤로 누울 때, 누워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누울 때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때 천장이나 벽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바닥이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다행히도 이 증상은 보통 1분 이내에 사라진다. 그러나 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때 울렁거리는 구역감과 식은땀도 동반될 수 있다.

성상엽 서울 연세웰이비인후과 원장에 따르면 이석증이 의심될 경우 체위성 안진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성 원장은 ”이 검사는 환자가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안구가 일정한 방향으로 떨리는지 확인하여 어떤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 파악하는 방법” 이라며 “이 검사를 통해 이석증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으며, 증상이 유사한 다른 질환을 배제할 수 있다. 드물지만 소뇌에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초기 증상이 이석증과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증은 이석정복술을 통해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이석정복술이란 환자의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과 각도로 움직여 이석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방법이다.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 치료이기 때문에 이석증 환자에게 폭넓게 시행된다. 하지만 이석증은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다. 이석증의 재발률은 높아서, 5년 내 평균적으로 33%에서 50%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이석증 재발을 예방하고 싶다면 비타민D 결핍을 방지해야 한다. 겨울철에도 규칙적인 야외활동을 통해 햇볕을 쬐어 비타민D를 보충해야 하며 필요 시 영양제를 통해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머리를 거꾸로 하거나 머리에 충격을 주는 행동은 이석증의 재발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피해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피로로 인한 이석증 발병을 막기 위해 충분한 휴식과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성상엽 원장은 “겨울철에는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자율신경에 변화가 생기고 신체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 이석증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골 대사와 혈액순환을 증진시키는 한편,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이석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