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니 고금리·고물가 시대가 찾아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개인 대출은 물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었다. 서민경제 적신호가 켜지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455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8월 말(329조9000억원)보다 38.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3월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연체 규모다. 대출 연체율도 올해 1분기 1.66%로 지난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과 연체액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를 소상공인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변제한 은행 빚도 크게 증가했다. 국회 행정안정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지연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4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9%나 늘었다.
대출금을 끝내 갚지 못해 폐업하는 소상공인도 늘었다. 올해 7월까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8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상승했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6142억원에서 갈수록 증가해 지난해 1조2600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소기업 폐업도 증가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가계부채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26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9조4918억원을 기록했다.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4조1276억원이 늘었다. 역대급 증가액을 기록한 8월(8조9115억원)보다는 증가세가 꺾였지만 가계부채는 여전히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가계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233.9%로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은 증가했다.
고물가·고금리 현상의 영향으로 최근 5년간 영양실조 환자가 3배 가까이 불어나는 등 사회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영양실조가 급격히 늘었는데 올해도 그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8540명이 영양실조로 진료를 받아 지난해의 51.3% 수준에 달했다. 하반기까지 더하면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았던 지난해(1만6634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하면 원금감면율을 최대 10%포인트 우대해 주는 ‘새출발기금’을 내년 40조원을 편성했다. 전년 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재기지원사업인 ‘희망리턴패키지’ 내년 예산도 올해(1513억원) 대비 61.9% 증액한 2450억원이다.
서민들은 은행권이 서민층 자금공급과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내놓은 자체 서민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를 찾고 있다.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새희망홀씨 공급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조8902억원(10만3316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679억원(32.9%)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지난해 6월 지원대상 소득요건을 완화(5000만원 상향)하고 온라인 대출모집법인 등 비대면 공급채널을 확대하며 수요가 늘었다. 불경기 속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모여들었다.
서민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며 정부도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체감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