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행장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은행권이 분주해졌다.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추석 이후부터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현 행장들은 이자 이익을 기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연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승계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명한 원칙에 따라 은행장 선임이 진행돼야 하는 점은 변수로 떠오른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장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모두 연말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신한금융그룹을 시작으로 은행 및 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위한 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의 지주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새로운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우선 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은 추석 연휴가 지난 이후에 위원회가 가동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 사태 등으로 내부가 소란스러우면서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7일 이사회가 예정돼 인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100억원대의 횡령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등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중 정 행장은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행장을 맡게 된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올리며 좋은 성과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2조535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KB금융지주에선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두 번째 연임에 도전한다. 이 행장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에만 100억원 이상의 대형 배임 사고가 3차례 발생한 점은 연임 여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하나금융에서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주목받는다. 하나은행에서는 대규모 금융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실적도 높게 나타나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3조476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NH농협금융에서는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NH농협은행 역시 이 행장의 임기 첫 해인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 1조780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에만 금융 사고가 4번이나 발생한 점은 연임에 악재로 여겨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이자 수익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배임과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내부통제 문제가 향후 행장들의 연임과 교체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