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저축은행...금융당국, 대손충당금 적립 단계적 상향 도입

저축은행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지속했다. 여신 축소와 대손충당금 증가에 적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간판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재정 건전성 관리에 나선다. 경기회복 둔화와 경기 침체 등으로 거래자의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돼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권의 여신 감소도 연체율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전히 8%를 웃도는 연체율에 발목이 잡히면서 저축은행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4조88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조4331억원) 대비 5461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충당금전입액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개선에 따라 2조328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323억원) 대비 3923억원이 늘었다.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380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65억원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2839억원 늘었다. 연체율은 8.36%로 전년말 대비 1.81%포인트 증가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흑자 전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오 회장을 비롯해 8개 저축은행장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최근 부동산 PF 문제로 경영건전성 우려 등 신뢰의 문제에 직면한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은 6개월 내 경·공매 등을 통해 조속히 정리하는 등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이행하는데 한 치의 소홀함 없도록 해야 한다. 손실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 확충에도 각별히 신경 써서 부동산 PF 시장의 자금 선순환과 신뢰 회복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19일부터 저축은행이 5개 이상의 금융회사에 개인대출잔액 보유자를 의미하는 다중채무자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상향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해 규정변경한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9월 13일 금융당국은 다중채무자 가계대출에 대한 저축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이들의 금융회사 이용 수에 따라 대손충당금적립기준을 차등해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며 이달 말 대손충당금 적립부터 반영될 예정이었다. 지난 6월 말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잔액은 16조 5000억원이었다.

 

최근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 PF 대출 건전성 관리 노력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 등으로 서민금융공급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 신규취급액은 2021년 21조7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조8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저축은행 주요 고객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져 안정적인 자금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공급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까지 내몰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및 상담접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본연의 역할인 서민금융공급을 원활히 수행하고 다중채무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다중채무자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상향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은 9일부터 19일까지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한다. 이후 금융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처 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단계적 상향 적용(안)

[개정시~2025년 6월] : (5~6개 금융회사 대출 이용시) 10%, (7개 이상 금융회사 대출 이용시) 15%

[2025년 7월~2025년 12월] : (5~6개 금융회사 대출 이용시) 20%, (7개 이상 금융회사 대출 이용시) 30%

[2026년 1월 이후] : (5~6개 금융회사 대출 이용시) 30%, (7개 이상 금융회사 대출 이용시) 50%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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